피습 직전 마지막 해외 일정이 한국
정착형 이민 적은 게 美와 다른 점
신뢰 기반 이민 제도 필요성 대두
좌파 진영은 반이민 프레임 씌우기

9월 6일 한국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한 찰리 커크 TPUSA 대표가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의 소개를 받으며 인사말을 준비하고 있다. /엠킴TV
9월 6일 한국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한 찰리 커크 TPUSA 대표가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의 소개를 받으며 인사말을 준비하고 있다. /엠킴TV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TPUSA) 대표가 암살당하기 전 마지막 해외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 풍경을 접한 그는 “거리가 깨끗하고 신뢰가 유지되는 사회”라며 한국을 언급했고 이를 근거로 “대규모 정착 이민이 사회적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글로벌 이민 논쟁에 불을 지폈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커크는 9월 5~6일 한국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후 팝캐스트에서 그는 “한국 거리를 걸으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무질서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라는 점에서 신뢰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해당 발언은 방한 기간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와 저녁 미팅 이전 서울 지하철의 청결한 모습에 감탄한 것을 토대로 이어진 것이었다. 신뢰 구조를 무너뜨리는 대규모 이민자가 없는 것이 한국 사회 안정의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그래피티(graffiti)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서울의 질서 있는 모습을 언급했고 그 맥락에서 “이처럼 대규모 외국인 유입이 신뢰 구조를 잠식하지 않는 사회”라고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그가 미국에서 주장해온 이민 정책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커크는 미국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범죄 문제의 배경에 ‘통제되지 않은 이민’을 지목해 왔다. 한국은 정착형 이주민이 거의 없고 비자 사다리 구조 속에서 경유형 체류가 많다는 점에서 미국과 구조가 다르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사회적 신뢰가 유지된다는 커크의 주장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은 영구적 정착을 원하는 이민자가 대다수여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국내 좌파 진영에서는 이러한 맥락을 도외시한 채 커크의 발언을 단순히 한국의 거리 청결에 대한 감탄으로 축소하거나 나아가 한국을 반이민 모델로 포장해 이에 동조한 발언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이와 같은 왜곡은 커크가 던진 메시지를 표면적으로 소비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흐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을 방문한 지 불과 며칠 뒤, 커크는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 토론회 도중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반(反) 트럼프 진영의 폭력적 성향이 극단적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국내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히 ‘정치 갈등의 비극’으로 희석하려는 프레임 속에서 커크를 반이민의 상징으로 몰아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피닉스에 위치한 터닝 포인트 본부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 /AP=연합뉴스
2025년 9월 11일, 피닉스에 위치한 터닝 포인트 본부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 /AP=연합뉴스

피습 전 커크가 한국을 사례로 강조한 ‘이민 통제’ 메시지는 국제적으로 더욱 파장을 키우고 있다. 영국에서는 반이민 시위가 격화되며 정치적 불안정성을 드러냈고 미국 내에서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공장에서 불법 고용 문제가 불거지며 이재명 정부의 한미 통상 협상에도 불리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가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이 사건을 이용해 적대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보도하자 국내에선 극우 논객 조갑제 씨가 커크의 죽음을 정치적 프레임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목격됐다. 그는 SNS에서 '죽음은 자연의 법칙이자 아름다움'이라는 증오성 레토릭을 앞세워 좌익 진영의 폭력성을 희석시키는 포스팅을 시도했다.

즉 커크가 한국을 사례로 언급한 ‘사회적 신뢰’란 명제는 지역 차원의 발언을 넘어 서구 사회가 동시에 직면한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역시 이민 문제를 단순 노동력 충원의 수단으로 바라본 윤석열·한동훈식 ‘이민청 모델’을 버리고 신뢰 기반 이민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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