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의 단독주택 인문학]
한 건물에 세 가지 용도가 복합되는 상가주택
상가주택을 돌아보며 단독주택을 생각해 보니
'이안정' 당호의 상가주택 3층에 있는 단독주택

아파트는 기성품이어서 지어주는 대로 살아야 한다.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그릇에 맞추어 살게 되는 건 어떤 삶일까? 아파트는 씻고 자는 정도의 숙소 이외의 기능만 담는 그릇이라고 하면 과언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건 아니라고 반문한다면 다른 기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단독주택은 맞춤 집이니 건축주가 살고 싶은 대로 설계해서 지을 수 있다. 도시에서는 땅값도 비싸고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마을이 없으니 집터를 구하는 일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 주거 택지는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층은 근린생활시설, 2층에는 다가구주택으로 수익을 얻고, 3층에는 단독주택으로 가족들과 뜻대로 살 수 있는 ‘우리집’이 들어간다.     

한 건물에 세 가지 용도가 복합되는 상가주택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과 다르게 상가주택의 단독주택은 근린생활시설과 다가구주택과 복합되어 설계에 제약이 많아진다. 택지지구는 주차장 출입구가 정해지므로 계단실 자리가 저절로 결정된다. 건폐율만큼 대지를 점유하는 사각형을 만들고 그 안에서 평면을 정리하다 보면 대부분 아파트와 비슷한 집이 되기 쉽다. 아파트와 달라야 단독주택이라 할 수 있으니 대안 검토가 답이 나올 때까지 진행되어야 한다.   

1층에 들어가는 근린생활시설은 영업이 잘될 수 있다는 확신이 나와야 하고, 이층의 다가구주택은 세입자가 들어오면 계약기간을 연장해서 다른 집으로 옮겨가지 않아야만 수익이 보장될 것이다. 장사가 잘되는 근린생활시설, 세입자가 옮겨가지 않는 다가구주택을 건축사가 어떻게 확신하며 설계할 수 있을까? 그러니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설계도가 완성될 것이다.

상가주택은 택지지구가 조성되어 비슷한 크기의 대지가 분양된다. 1층은 근린생활시설, 2층은 다가구주택, 3층에는 단독주택이 들어간다. 사진은 필자가 설계한 발코니하우스라는 당호의 상가주택으로 건축상을 수상했다. /김정관
상가주택은 택지지구가 조성되어 비슷한 크기의 대지가 분양된다. 1층은 근린생활시설, 2층은 다가구주택, 3층에는 단독주택이 들어간다. 사진은 필자가 설계한 발코니하우스라는 당호의 상가주택으로 건축상을 수상했다. /김정관

이런 이유로 세 가지 용도가 복합되는 상가주택 설계는 굉장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상가주택만으로 채워지는 택지지구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게 될 테니 설계자의 능력이 바로 집의 가치로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다. 1층 근린 생활에서 영업하게 되면 옆 가게보다 장사가 잘되어야 건축주는 수입이 늘게 될 것이다. 또 다가구주택은 공실이 없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집으로 옮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평면이 나와야 수입이 유지될 수 있으니 얼마나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까?

1층 근린생활시설이 경쟁력을 가지는 팁은 대지의 건폐율 밖의 공간을 활용하는 데서도 나올 수 있다. 상가주택의 건폐율은 대부분 60%인데 나머지 40%를 근린생활시설에서 쓸 수 있다면 영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건축물의 외관 디자인도 손님을 끄는 데 한몫을 하게 될 것이며 야간 경관 조명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밖에도 근린생활시설 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많을수록 더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상가주택을 돌아보며 단독주택을 생각해 보니   

—3층 집에는 엘리베이터(EV)가 필요 없다고?     

상가주택 설계를 진행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의외로 EV를 설치하지 않은 집이 적지 않았다. 단독주택이 3층에 있으니 그 정도 층은 걸어서 오르내려도 될 텐데 비싼 EV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3개 층 정도는 EV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살아도 문제가 없는 걸까?     

EV 없는 3층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20kg 정도 되는 짐을 3층까지 가져가야 할 일이 적잖게 있을 텐데 괜찮은가요?”     

“혹시 집에 무릎이 아픈 사람이 없는가요? 또 발목을 삐는 사고를 당하기도 할 텐데 그런 경우를 생각해 봤을까요?     

“여행 갈 때 여자분들의 캐리어는 무게가 보통 나가는 게 아닌데 어떻게 들어 내리고 올렸을까요?”   

상가주택의 건물주가 이런 불편을 감내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아마도 이분들은 연령대가 오십 대가 넘을 텐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상생활을 한다는 게 가당한 일일까? 또 가끔이라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려야 하며 가벼운 부상일지라도 발목을 다치게 된다면 분명 EV를 설치하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할 것이다.     

상가주택은 택지지구의 위치에 따라 1층의 근린생활시설에 초점을 두어 수익성을 볼 수도 있고 2층과 3층의 주택에 비중을 더 두어야 할 수도 있으니 대지를 분양받으며 유념해야 한다. /김정관
상가주택은 택지지구의 위치에 따라 1층의 근린생활시설에 초점을 두어 수익성을 볼 수도 있고 2층과 3층의 주택에 비중을 더 두어야 할 수도 있으니 대지를 분양받으며 유념해야 한다. /김정관

—아파트보다 못한 평면인데?     

오래전부터 아파트가 우리네 집이 되면서 끊임없는 진화를 계속해 왔다. 주방가구의 진화와 건조기 복합 세탁기, 인덕션과 환기장치는 발코니가 없어진 아파트 생활을 불편함이 없게 해주고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안방의 욕실 주변 공간 설치로 귀족의 삶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상가주택의 3층 단독주택은 최신식 아파트보다 더 나은 주거생활을 보장하는 집인지 돌아보자. 내 마음대로, 우리 식구들의 생활에 맞게끔 설계해서 이 정도 집이면 아파트에 왜 사느냐고 으스댈 정도의 공간 얼개를 가지고 있을까? 내가 살펴본 상가주택의 3층 단독주택은 그렇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집이 적지 않았다.     

아파트와 다르게 살 수 있는 상가주택의 단독주택은 맞춤 평면으로 그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 넉넉한 외부 공간과 풍부한 내부 공간을 확보한다고 전제하고 싶다. 아파트에는 외부 공간이 사라졌고 세대 면적이 아무리 넓어도 공간의 질이 평면적이다. 발코니와 마당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거실의 천장 높이를 풍부하게 만들어내면 아파트와 차별화된 상가주택의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다.   

—손님을 청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 시대의 사람들이 앓고 있는 불치병이자 고질병은 외로움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분가를 서두르는데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와 살기에는 아파트가 맞지 않는 데 있다. 아이들이 쓰는 공간은 싱글 침대와 책상, 옷장으로 비좁은 방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떠나버린 아파트는 곧 부부가 각방을 쓰고 만다. 아파트에서 보내는 일상은 TV 시청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각방을 쓰는 부부는 일상의 시간도 각각 보내게 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손님을 청하게 되면 한 사람은 집 밖으로 쫓겨나야 하니 자꾸 집 밖으로 나돌게 된다.   

상가주택의 단독주택은 손님을 편히 청할 수 있는 집으로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단독주택의 당당한 특권이 아닐까 싶다. 부부 중 누구의 손님이 와도 밤새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지내도 되는 집, 우리집으로 지어서 사는 특별한 권리가 아닐까?

이안정이라는 당호의 상가주택 3층에 있는 단독주택      

이안정은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주 출입구 자동문이 열리면 품격 있는 홀을 만난다. EV를 타고 3층에 내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 중문이 열리면 마당이 보인다. 이 마당을 보면서 공중에 떠 있는 집이라는 걸 잊게 된다. 한식 담장에 어두운 회색 돌이 깔린 마당은 편안한 분위기로 외부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다가온다.

이안정은 아담하지만 마당으로 공적 영역의 거실채와 개인 영역의 침실채로 채 나눔이 되어 있다. 채 나눔 된 거실은 높은 천장을 가지고 있는데 층고가 무려 4.2m라 한옥의 대청마루 연등천장의 의미를 담았다. 거실에는 문이 달려 있어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양껏 음량을 높여도 된다. 높은 천장의 깊이 있는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필자 설계 부산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이안정 조감도. 3층의 단독주택이 거실채와 침실채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채 나눔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정관
필자 설계 부산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이안정 조감도. 3층의 단독주택이 거실채와 침실채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채 나눔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정관
3층 단독주택 평면도, 단독주택의 당호 이안정을 건물명으로 쓰고 있다. 안쪽 방은 툇마루를 통해 마당으로 드나들 수 있어서 한옥에 사는 느낌이 들게 된다.
3층 단독주택 평면도, 단독주택의 당호 이안정을 건물명으로 쓰고 있다. 안쪽 방은 툇마루를 통해 마당으로 드나들 수 있어서 한옥에 사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안정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마당, 현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공간이 정갈한 마당이니 이 집에 들어서면서 단독주택이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김정관
이안정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마당, 현관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공간이 정갈한 마당이니 이 집에 들어서면서 단독주택이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김정관
4.2미터 높이의 층고를 가진 이안정의 거실, 단독주택이 아니면 높은 천장을 가진 집에서 살 수 없으니 이안정 거실의 풍성한 공간에서 볼륨을 높여 음악을 감상하면 우리집이라는 자부심이 넘쳐나겠다. /김정관
4.2미터 높이의 층고를 가진 이안정의 거실, 단독주택이 아니면 높은 천장을 가진 집에서 살 수 없으니 이안정 거실의 풍성한 공간에서 볼륨을 높여 음악을 감상하면 우리집이라는 자부심이 넘쳐나겠다. /김정관
이안정 야간 전경, 건축화된 조명은 밤에 이 동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다. 이 건축 조명은 1층 근린생활시설의 영업에 적잖게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정관
이안정 야간 전경, 건축화된 조명은 밤에 이 동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다. 이 건축 조명은 1층 근린생활시설의 영업에 적잖게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정관

이안정이 아파트와 다른 집이라는 게 채 나눔되어 사랑채처럼 떨어져 있는 거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볼륨을 높여 음악을 감상해도 식구들의 개인 침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손님이 찾아와서 밤늦도록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좋으니 아파트에서는 언감생심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손님을 청할 수 있는 집이라니 아파트에 살면 꿈도 꿀 수 없는 생활이 이안정에서는 일상이 된다.      

이안정의 조그만 마당에서는 무엇을 하며 지낼 수 있을까? 아니, 마당이 있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만 하면 다 할 수 있다.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고, 작은 텃밭을 두어 재배한 상추를 바로 먹을 수도 있겠다. 달 밝은 밤에 테이블을 놓고 찻자리를 가질 수도 있고,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담소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지 않겠는가? 누구나 가지고 싶은 행복, 이안정에서는 소소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행복이라는 소확행을 우리집이라 매일 누리고 산다. 

 


수익성과 주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상가주택은 층마다 용도가 다른 복합건축물이어서 설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1층과 2층에서는 수익성을 높여야 하고, 3층 단독주택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집으로 지어야 한다. 기성품 집인 아파트에서는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쉽지 않아서 도시에서 단독주택을 지어 살 수 있는 대안으로 상가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

상가주택 3층에 들어가다 보니 단독주택은 직육각형으로 한정된 평면의 틀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와 다른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설계하려면 수많은 대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설계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목표와 끈기만 있으면 최선의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이안정은 마당이 있는 채 나눔 단독주택으로 아파트에서 누리기 어려운 일상을 담을 수 있어 건축주의 식구들은 소확행을 누리며 지낸다고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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