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새벽배송·신선식품 네이버 입점
AI·구독 락인으로 플랫폼 시너지 확대
상품·물류 내재화한 쿠팡과 다른 전략

“장보기라는 게 굉장히 자주하는 활동이지만 잘하기는 또 매우 어렵습니다. 모두가 다 꿈꿨지만 한 번도 구현하지 못했던 장보기를 해보자라고 시작한 파트너십이 컬리N마트입니다.” (김슬아 컬리 대표)
네이버와 컬리가 손잡고 쿠팡 추격에 나선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4000만 회원 규모와 기술력이 컬리의 강점인 신선식품·유통·물류 경쟁력과 만나 연합 전선을 펼칠 전망이다. 이러한 동맹 전략은 쿠팡이 물류 유통부터 콘텐츠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확대하며 이커머스 공룡으로 자리 잡은 시장에서 쿠팡 견제와 함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9일 오전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네이버와 컬리의 전략적 파트너십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 정경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프로덕트 리더,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이번 협업의 구체적인 방향,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언급했다.
네이버와 컬리는 협업을 통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서 ‘컬리N마트’를 공개했다.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분야를 컬리의 강점으로 채우는 셈이다. 특히 컬리가 외부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것은 최초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고객이 컬리에 가입하지 않아도 네이버 앱 내에서 컬리의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구매해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달 초부터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이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이윤숙 부문장은 “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네이버에서도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네이버에서 컬리의 PB상품을 만나볼 수 있고 네이버에서 필요한 만큼 소용량 상품을 담아서 장보기가 가능해진다”며 “컬리는 엄선된 상품과 빠른 배송, 네이버의 멤버십 혜택과 기술력이 더해져 식품, 생필품 경쟁력이 강화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컬리 입장에선 그동안 상품 경쟁력에 힘써온 데 이어 네이버와의 협업으로 더 많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됐다. 컬리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약 300만 명 수준으로, 4000만 사용자를 갖고 있는 네이버 고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김슬아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이 네이버라는 4000만 유저를 갖고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서 기존에 저희가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더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컬리와 거래하는 파트너사들에게도 더 많은 유저들에게 상품 판매할 기회를 드림으로써 상품의 소싱 라인이라든지 배송 단가가 제도적으로 개선 될 것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컬리의 자체 유료멤버십인 ‘컬리멤버스’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네이버 유저를 분석해보니 국민 평균에 가깝다보니 대용량 상품에 대한 니즈, 좀 더 대중적이고 친숙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반면 컬리 유저 다수가 멤버스 회원인데 이들은 백화점에서 볼 법한 프리미엄 상품이나 희소성이 있는 상품을 선호했다. 이들을 위한 상품 선공개 등 품질 차별화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밑받침으로 ‘맞춤형 인공지능(AI)’을 강조했다.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네이버 사용자의 사용 이력을 기반으로 숨겨진 니즈까지 파악해 맞춤형 상품과 스토어까지 추천함으로써 ‘단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네플스 홈 첫 화면에 개인화 추천 영역을 전면 확대한다.
정경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프로덕트 리더는 "네플스는 가격 뿐 아니라 배송 속도, 리뷰, 멤버십 혜택 등 복합적인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단골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 신뢰도를 나타내는 주문이행, 배송, CS 등의 판매자 활동들도 개인화 추천 과정에 반영하고, 판매자 성장 지표도 새롭게 그룹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 같은 전략은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쿠팡을 넘어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처럼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직접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플랫폼과 기술 역량에 집중하면서 여러 분야의 최강자들과 전략적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온·오프라인 구독 기반 생태계 확장을 꾀하며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 락인(lock-in)하는 ‘구독 전략’을 핵심으로 삼는다.

네이버는 컬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 택시’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컬리, 우버 등은 이러한 구독 생태계의 퍼즐이자 중요한 축을 이루며, 나아가 네이버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거듭나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포괄하는 매개체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약 22.7%의 거래액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네이버는 20.7%로 그 뒤를 따르며 선두권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물류를 직접 운영하는 쿠팡과의 차별성을 극복하기 위해, AI 기반 맞춤형 추천, 네이버페이·포털·콘텐츠·커뮤니티를 아우르는 플랫폼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컬리와의 전략적 제휴는 네이버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신선식품 영역을 보완하고, 구독 중심의 ‘플러스 멤버십 락인 전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