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美 시장서 관세 격차 불가피
日 교도통신 "이르면 내주 발효될 것"
일본 요구 반영, EU 적용 조건과 동일
"5500억 달러 투자처는 美 측이 선정"

지난달 18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도 같은 합의를 맺었지만 일본이 먼저 행정 절차를 마치면서 일정 기간 한일 간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격차가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의 '10번째 방미 외교'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일 무역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7월 22일 발표된 합의의 후속 절차로 세부 조율이 늦어지면서 서명이 지연됐다. 

행정명령에는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던 25% 품목별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기존 2.5%의 기본 관세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합산해 27.5%를 적용해 왔으며 이를 인하하려면 수입품 품목 코드(HTSUS) 수정 등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보 게시 후 7일 이내에 이를 이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가 이르면 내주 발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도 지난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행정명령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빠르게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배경에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의 잦은 방미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이번이 10번째 미국 방문으로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출국을 전격 취소했다가 이달 4일 다시 방미해 각료급 협의를 진행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실무 협의는 마무리됐으며 각료급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라며 "상호 관세 수정과 자동차 관세 인하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신속히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협의 끝에 행정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1월 20일 월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월 20일 월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행정명령은 상호 관세 적용 방식도 규정했다. 기존 관세가 15% 미만인 품목은 기존 관세와 상호 관세를 합산하되 최대 15%를 넘기지 않도록 하고 15% 이상인 품목은 상호 관세를 가산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유럽연합(EU)에 적용되는 조건과 동일하며 일본 측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앞서 일본과 미국은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나 '15%에 기존 관세 포함 여부'가 쟁점이었다. 일본은 합산 15%를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7월 3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기존 관세 + 15%'로 명시돼 있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아 기본 관세가 높은 편이다.

행정명령에는 일본이 이행해야 할 조건도 포함됐다. 일본은 미국 제조업·항공우주·농업·식품·에너지·자동차·공업 제품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며 옥수수·대두·비료·바이오에탄올 등 연간 8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농산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제조·인증된 승용차를 추가 인증 없이 수입하며 미국산 민간 항공기와 군사 장비도 구매할 계획이다.

행정명령에는 "일본 정부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6조7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라며 "투자처는 미국 정부가 선정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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