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개월 만에 거래대금 절반 따라잡아
KRX 거래시간 확대엔 업계·노조 설왕설래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본사 전광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본사 전광판 /연합뉴스 

출범 6개월을 앞둔 국내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 거래대금의 절반까지 추격했다. 급성장에 따른 규제 부담과 기존 거래소의 위기감이 맞물리면서 거래시간 확대 검토와 노조 반발 등 안팎으로 술렁이는 모양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의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2446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16조2278억원)의 50.8%를 기록했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2억250만주로 한국거래소의 17.4%에 해당한다. 지난 3월 4일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월별 거래대금이 한국거래소의 절반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초기 거래대금 비중이 3.8%에 불과했지만 7월 31.8%에서 8월 33.7%로 확대됐다. 특히 21거래일 연속 30%를 밑돌지 않았다. 상장 종목 수도 10종에서 788개로 급증했다.

다만 자본시장법은 최근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전체의 15%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올해 3월 4일부터 8월 12일까지 넥스트레이드의 비중은 11.4%였지만 현재 수준이 유지되면 9월 말 기준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거래 중단이나 거래량 조절을 위한 제한이 도입돼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 확대가 단기적인 거래 환경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복수 거래소 체제가 본격화되면 투자자 선택권 확대와 거래 서비스 다변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동시에 기존 거래소의 수익 기반 약화와 인프라 유지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넥스트레이드는 방침이 정해지면 9월 말 15%를 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넥스트레이드가 프리·애프터마켓 운영으로 투자자 선택권과 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단순한 유동성 분산을 넘어 시장 규모 확대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9월부터 시장점유율 상한 규제로 다수 종목 거래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어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복수거래시장 도입의 초기 성과와 개선과제’에서 넥스트레이드의 성장과 관련해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등 정규시장 외 거래시간을 제공함으로써 투자자의 거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는 등 긍정적인 제도적 변화로 평가된다”며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거래시장간 유동성 분산을 넘어 시장 전체 규모의 확대와 유동성 제고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위원은 "KRX의 규모에 대비해 산정되는 시장점유율 기준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시장점유율 상한 수준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때 유동성 확대, 가격 개선, 거래비용 절감, 기술혁신 등 복수거래시장 도입에 따른 질적 성과에 대한 실질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복수거래시장 제도가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정책적 판단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 내부에선 이미 긴장감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지난달 21일 본관 로비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며 대체거래소 확대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과 수익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당시 현수막에는 “한국거래소가 향년 70세로 타계했다"면서 "금융위원회 여의도출장소에 빈소가 차려졌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ATS(대체거래소)에 점유율을 넘겨주고 거래소 주식시장은 한국의 대표시장으로서의 운명을 다하셨다"는 글도 적혔다.

일부에선 대체거래소가 기존 거래소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상장 심사나 시장감시 등 운영 전반의 부담은 지지 않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거래와 함께 시장 유지·관리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어 경쟁 여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 시간을 현행 6시간 30분에서 최대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회원사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장 개장 시간을 오전 8시 또는 7시로 앞당기거나 오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프리마켓과 시가 단일가 거래를 운영한 뒤 정규장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등의 방안,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8시까지는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거래시간 확대 논의가 활발해진 만큼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반응과 함께 시스템 개편·인력 운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거래시간 연장은 글로벌 추세와 투자자 편의 측면에서 보면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라면서도 “정규장 개장 시간 변경과 애프터마켓 운영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면 시스템 전면 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종사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성명에서 “거래소가 2700여개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운영하게 된다면 이는 증권사 직원, 상장기업 공시 담당자 등 자본시장 종사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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