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비용 천문학적" 정권 초부터 얘기 돌아
뒤늦은 AI 자동화·야간근무 축소 전환 발표
중처법에 더해 상법 개정까지 경영권 위협

이재명 대통령이 SPC 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한 직후 SPC가 안전설비 및 자동화에 624억원, 신공장 건립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PC 측은 “사전 검토된 자체 계획”이라고 해명했지만 발표 시점과 구체적인 액수 산정의 속도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반응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지난 5월 19일 새벽 3시경 경기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근로자는 컨베이어 벨트 소음 문제로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유를 뿌리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고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SPC는 최근 수 년 간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 처리에 법률 비용과 보상금 등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 왔다”며 “정권 초기부터 민주당 내부에서 SPC를 지목하고 공세를 예고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번 대통령의 현장 방문 자체가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PC는 최근 수년 동안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정치권 핵심 인사를 영입해 수습하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을 지낸 한동훈계 천효정 전무가 뉴미디어실장으로 SPC에 합류했다가 최근 이탈한 바 있다.
손영준 전략지원본부장(부사장)의 존재도 눈에 띈다. 손 본부장은 국정원 인사기획관 출신으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차장 라인으로 분류되던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 실세였다. 국정원 인사파동 당시 손 본부장의 이름이 자주 거명된 바도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전략지원실장(상무)으로 영입하며 대관 업무를 맡긴 바 있다. 여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업 규제 철학을 공유해 온 인물로, 최근에도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인사다.
여 실장은 지난 7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여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이소영 의원과 해당 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고 언급한 정황도 있었다며 “이제 드디어 그 법안이 온 것”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에 이어 국회에서 현재 논의 중인 2차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다.
정치권 유력 인사까지 영입하며 대관 업무에 공을 들였지만 여의치 않자 SPC도 자동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간 안전 투자와 관련해 말을 아껴온 SPC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 직후 김범수 대표가 직접 나서 AI 기반 자동화 공장 설립 계획을 공개하며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김 대표와 SPC삼립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책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민단체는 이와 별도로 SPC그룹 허영인 회장 역시 동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며, 경영책임자에 대한 직접 고발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범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망사고 모두 새벽에 발생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SPC는 “야간근무를 줄이고 2조 2교대 비중을 50%에서 20%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한마디에 즉각 근무체계 개편을 단행한 셈이다.
SPC 측은 거듭 “외부 압력이 아닌 내부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정권의 기류를 선제적으로 읽겠다며 전관 인사를 그룹 내 고위직으로 영입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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