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아들에게]
지금 하는 일이
삶의 목적을 위한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아들아,
오늘은 ‘몰입’과 ‘매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두 개의 단어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될 때 분명 구분되어야 하는 단어이기도 해.
나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 정말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 아침 출근과 동시에 업무 미팅이 줄줄이 이어지고, 업무 시간이 끝나면 조용한 사무실에서 비로소 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 전략도 세우고, 실행계획도 만들고, 때론 새벽까지 몰두하다 잠깐 눈 붙이고 다시 출근하는 날들도 많았어. 지금 돌아봐도 그 순간들을 후회하진 않아. 그 시간들은 분명 보람 있었고, 성취를 향해 가는 느낌이었거든.
그런데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하면서 서운함과 답답한 마음이 생기게 되면서 의문이 들었어.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밤을 새우며 일하는데 누군가는 워라벨을 지키겠다며 칼퇴근하고, 또 어떤 파트너는 형편없는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나는 날카롭게 반응하곤 했지. ‘나는 일에 이렇게 몰입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대체 뭘 했나요?’ 이런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날이 서고 말았지.
이런 감정의 대화 뒤에는 늘 자책이 따라오곤 했지. 일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게 되고, 이런 것들이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니까. 그때는 내 일의 목표 달성이 내 프로젝트 완수가 나를 말처럼 달리게 했던 것 같아. 그 순간 그 일이 내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게 진짜 '몰입'이었을까 싶어. 오히려 나는 '매몰'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몰입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내가 주도해서 깊이 파고드는 것이고, 매몰은 일에 끌려서 내가 ‘파묻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일에 정신없이 이끌리다 보면 삶의 중심이 일이 되고 직장이 내 인생의 목적처럼 되지. 일이란 삶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며, 직장이 내 꿈을 향한 여정의 일부인데 말이야.
삶의 진짜 중요한 목적을 잊어버리고 일 중심의 삶을 살다 보니 사람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게 되고 자연히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지면서 무엇보다 건강을 잃게 되었어. 그렇게 사람도, 시간도, 삶의 균형도 잃어갔던 적이 있었지.
그렇다고 단순히 일과 개인 생활에 균형을 갖고 살라는 말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때론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만 보이는 의미도 있고, 특히 능숙하게 업무를 해내기까지 내 생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시기도 있지. 그때 그 몰입이 내가 한 선택인지, 아니면 그냥 내몰린 상태에서 매몰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
아들아,
너도 사회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고 싶을 거야.
그때가 되면, 가끔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어.
“나는 지금 몰입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매몰되어 있는 걸까?”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그 일에 임하는 너의 방식이
네 삶의 목적과 맞닿아 있는지, 네가 진짜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어긋나지 않는지 말이야.
너의 하루하루가 목적 있는 여정이 되기를,
일에 이끌리는 대신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기를,
엄마는 오늘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어.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hellencho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