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아들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라
네 삶의 때가 오면 너답게 해낼 꺼야

결혼식은 하나의 ‘시작점’이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완성된 무대’가 아니란다. /게티이미지뱅크
결혼식은 하나의 ‘시작점’이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완성된 무대’가 아니란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랑하는 아들에게,

요즘 선배나 친구들이 결혼하면서 겪는 일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 것 같구나. 반지나 예식장 문제로 갈등하거나, 심지어 헤어지는 커플들을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길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이런 문제는 없을까?’ 이런 질문들이 마음속에 떠올랐겠지.

엄마가 해주고 싶은 말은 하나야.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네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 전에도 수없이 많은 걱정을 했었지? 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면, 그중 절반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머지 절반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갔을 거야.

결혼도 그래. 지금 떠올리는 걱정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거나, 그때의 너는 이미 지금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맞이하게 될 거야.

또 한 가지, 선배나 친구들의 고민은 그들의 것이야. 그들의 문제를 너에게 대입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삶은 각자 다르고, 관계의 모양도 모두 다르니까. 결혼은 ‘누구처럼 해야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떤 가치로 함께 살고 싶은가’의 문제니까.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해. 결혼식은 하나의 ‘시작점’이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완성된 무대’가 아니야. 요란한 반지나 호화로운 호텔도 좋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제 우리 함께 걸어가자”라고 약속하는 그 순간이야. 그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결혼식의 장소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많은 결혼식에서 부모가 주인공인 경우를 봤어. 부모의 경제력으로 치러지는 결혼식, 정작 신랑과 신부는 조연처럼 서 있는 모습 말이야. 그럴 때마다 엄마는 늘 생각했어. ‘아들은 자신이 주인공인 결혼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결혼식은 독립된 ‘두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출발선’이 되어야 하니까.

그러니 지금은 미리 걱정하기보다, 네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더 단단히 다지는 게 중요하단다. 그런 네가 되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아들아,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얼마짜리 결혼식’을 고민하기보다 ‘어떤 삶을 함께 만들지’를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 그날, 네 결혼식은 누가 봐도 아름다울 거야. 왜냐하면 그건 진심으로 선택한 두 사람의 첫 번째 팀워크니까.

걱정하지 마, 넌 분명히 네 방식대로, 멋지게 잘 해낼 거야. 엄마가 늘 응원해.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hellencho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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