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의 아들에게]
지금 여기 이 순간,
그리고 또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 번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 몰입한 후 빠르게 다음으로 몰입하는 것이 전환 능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번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 몰입한 후 빠르게 다음으로 몰입하는 것이 전환 능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아,

지금 엄마는 해야 할 다른 일을 잠시 내려놓고 너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마음을 전환하고 있단다. 오늘은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어.

살다 보면 ‘전환’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엄마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당시 부서장님은 늘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강조하셨지.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일을 동시에 스마트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신입사원 시절에 나는 슈퍼태스커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단다. 두세 가지 일을 한꺼번에 생각하면 모든 게 엉켜버려서 결국 아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더구나. 그래서 하나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끝낸 후 다음 일로 넘어가는 방식을 택했어.

그렇게 일하다 보니 일의 진척 속도는 더뎠고, 야근은 기본, 새벽까지 일하는 것이 다반사였지. 슈퍼태스커가 아니라는 사실은 나에게 '나는 스마트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오랫동안 그것은 콤플렉스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어.

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는 사람들의 일하는 스타일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고 과연 멀티태스킹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단다. 그리고 결국 내가 발견한 것은 ‘전환’이었어. 한 번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 몰입한 후 빠르게 다음으로 몰입하는 것이지. 마치 골프 스윙처럼,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 팔로우까지 빠르게 전환하며 하나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야.

A, B, C 각각의 다른 일을 짧은 기간 내에 처리해야 할 때 내가 터득한 방법은 바로 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이었어. A 작업에 완전히 몰입하고, 끝나자마자 재빨리 B로 전환해 몰입하고, B를 끝낸 후 바로 C 모드로 전환해 몰입하는 것. 정확히 말하면 '전환 몰입 능력'이라 할 수 있어.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하니까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A에서 B로, B에서 C로 빠르게 모드를 전환해 집중하는 것은 훈련이 필요한 특급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마치 골프에서 하나의 구분 동작은 쉽지만, 그것을 연결해서 하나의 스윙으로 완성하려면 수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야.

내가 이런 방식을 찾아낸 출발점은 내가 멀티태스킹을 해낼 수 있는 똑똑한 두뇌를 갖고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었어. 그래서 일을 잘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개발하려 했단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 각각의 일은 고유한 성격과 분위기가 있고, 그 고유함에 하나씩 몰입하는 방식이 내게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어서 찾은 방법이었지만 결국 이 전환 몰입 방식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걸 알게 되었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뇌는 원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해. (아마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라서 그 부분만 기억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코칭을 공부하면서 ‘Here and Now’, 즉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라는 마음 챙김의 가르침을 만났단다. 우리는 종종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현재'를 흘려보내 버리곤 해.

영업 미팅을 마쳤는데도 생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기획 미팅 중에도 다음 일정을 걱정하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거야.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삶의 방식인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나는 ‘전환 능력’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첫째, 지금 여기에 몰입하는 것

둘째,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순간에 멈출 줄 아는 것

셋째, 또 지금 여기에 몰입하는 것

아들아,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학교에서 사회로, 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한 회사를 떠나 또 다른 회사로··· 완벽하게 전환해서 몰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여기에 몰입’하는 작은 노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너만의 리듬으로, 너만의 전환 능력을 단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혹시 지금 힘든 일이 있더라도 괜찮아. 잠깐 멈추고, 숨을 고르고, 조용히 다음으로 전환하면 돼. 엄마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있어. 항상 사랑한다.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hellencho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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