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지역사회 여전한 온도차
부산 시민단체·상공계 “대환영”
육상노조 “상장사 자율성 침해”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속도가 붙으면서 해운업체 HMM이 동요하고 있다. 해수부·HMM 부산 이전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한데 묶여 있기에 “그 다음은 HMM”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다만 HMM은 해수부와 다르게 엄연한 민간기업이라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데다 노조의 강한 반발로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취임 후 해수부의 빠른 이전 준비를 지시하면서 HMM(옛 현대상선) 본사 부산 이전도 함께 재점화되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염두해 이 사안의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고 함께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HMM은 민간기업이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어 마음먹으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 부산 유세에서도 “노동자들을 설득해서 동의받되 끝까지 안 하면 그냥 해야지 어떻게 하겠냐”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현재 HMM 지분은 산은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 35.67%, 국민연금 5.17% 등 76.86%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 정부 의지에 따라 본사 이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산 시민단체와 상공계, 학계는 이번 기회에 ‘부산 이전론’이 현실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부산 경제계는 국내 최대 해운사의 본사 부재로 연계 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HMM 본사 이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상징성과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HMM은 부산항을 모항으로 삼아 세계 8위 해운사로 성장했으며 시가총액은 23조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해외 영업 조직은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부산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산은 세계 해양물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부산상의 회장에 취임하며 HMM 부산 이전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HMM 이전 명분은 ‘부산 해운업 클러스터 시너지’ ‘북극항로 개발 수혜’ ‘부산지역 일자리 확대’ 등 크게 세 가지인데 해운업계는 어느 것 하나 실효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본다.
HMM은 선박·선원을 관리하는 해상 부문(부산사업본부)과 화주영업·선박금융을 담당하는 육상 부문(서울 여의도 본사)으로 사업 부문이 나뉘어져 있다. 여기에 북극항로는 2030년부터 연중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제조업체이 아닌 해운업체가 고용 유발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금융기관, 대기업 본사 대부분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HMM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화주 영업, 선박 금융이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며 “부산 이전보다는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정부·여당이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HMM 전체 직원의 약 55%를 차지하는 육상노조(900여명)는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육상노조는 “본사의 물리적 이전은 대외 협업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들의 인력 유출과 조직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의 금융 인프라와 고객사 네트워크 접근성을 강조하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1·2위 선사인 MSC(스위스)와 머스크(덴마크) 모두 항만이 아닌 내륙(제네바,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어 항만 접근성과 본사 위치의 관련성이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본사 이전 논의가 민영화 이슈·장기투자 계획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띨 가능성도 제기된다. HMM의 실적 개선으로 민영화가 다시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부산 이전 추진이 회사의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은 선복량 91만3867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글로벌 8위 규모다. 지난해 해운업 호황으로 영업이익 3조5128억원(영업이익률 30%)을 내며 코로나19 이후 역대 세 번째 호실적을 기록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