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의 단독주택 인문학]
숨 쉬는 집인 단독주택과 숨만 쉬는 집인 아파트
아파트와는 다르게 살 수 있도록 짓는 단독주택
목숨 같은 집, 제대로 숨 쉬며 살 단독주택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게 되면 몸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다. 나갔던 숨이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왔던 숨이 나가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순간이 된다. 목숨은 국어사전에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이라고 되어 있다. 사망 원인에서 가장 많은 게 폐질환이라고 하니 숨을 잘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들숨, 날숨을 살피는 수행이 명상이고 참선이라 한다. 들어오는 숨이 단전까지 닿는지 살피고, 나가는 숨은 속을 완전하게 비우듯 내보내며 바라보듯 뱉어낸다. 짧은 숨을 헐떡이듯 쉬거나 숨 쉬는 상태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면 몸 상태가 나빠진다고 한다. 숨을 제대로 쉬면서 사는 건 우리 몸뿐이 아니라 주거 생활에도 같은 맥락으로 살필 수 있다.
숨 쉬는 집인 단독주택과 숨만 쉬는 집인 아파트
숨 쉬는 공간과 숨만 쉬는 공간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활동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파트를 예로 들자면 발코니 유무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에 발코니가 있으면 안팎으로 움직이게 되니 숨 쉬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발코니를 없애버린 아파트는 숨만 쉬는 공간이라고 보면 어떨까?
실내와 외부 공간이 연계되는 집에서 생활하면 일상의 활동량이 늘게 된다. 발코니가 있는 구축 아파트는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적으나마 안팎으로 움직이게 된다. 발코니에 화분 몇 개만 놓여 있어도 집에서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거 생활이 시내로 제한되는 발코니 없는 신축 아파트와 최소한의 외부 공간인 발코니가 있는 구축 아파트는 생활환경에서 차이가 크다고 본다.

예전에 발코니 폭을 1.8m까지 허용하던 시절에 공급되었던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전면 길이에 1.8m 폭을 가진 외부 공간은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었다. 화단을 정원으로 꾸며 꽃을 가꾸기도 하고 관엽 식물 아래 테이블을 놓아 차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장독을 몇 개씩 두고 장을 담아 먹어도 되니 마당이 없지만 그만하면 아파트라도 살만한 집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 숨 쉬는 공간이 되고, 소파에서 일어날 일이 없으면 숨만 쉬는 공간에 산다고 할 수 있다. '목숨'의 뜻이 숨을 쉬며 살아있는 힘이라고 하니 어떤 집에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실내로 한정되어 생활하는 아파트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저 목숨을 부지하며 지낸다고 하면 과언일까?
아파트와는 다르게 살 수 있도록 짓는 단독주택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주거 생활의 질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파트는 일상이 정적이다.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반면에 단독주택은 마당이라는 외부 공간이 있으니 집집마다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딱히 할 일이 없는 아파트는 집 밖에서 할 일을 찾고 단독주택에 살면 집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아우성이다.
아파트는 혼자 사는 게 편하고, 단독주택은 여럿이 사는 게 좋은 집이다. 아파트는 여럿이 살아도 혼자 사는 것처럼 고요하다. 단독주택은 부부만 살아도 무엇을 하는지 분주한 생활을 보낸다. 아파트는 개인 위주로 생활하기에 편하고 단독주택은 식구들이 어우러져 살아야 분위기가 난다. 아파트는 숨만 쉬는 집, 단독주택이 숨 쉬는 집이라는 이유다.


아파트에 살면서 남의 집에 찾아갔던 기억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우리집에 손님이 온 적이 없는 만큼 남의 집을 방문해 본 기억이 아예 없을 것이다. 아파트는 기본 얼개가 손님을 배려해서 짜지지 않은 집이다. 그러니 손님이 와서 편하게 머무를 수 없으니 집에 오라고 할 수도, 남의 집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단독주택은 한옥의 사랑채와 같은 개념으로 거실을 구성하는 게 좋다. 내외부로 어우러지는 다양한 공간 체계는 손님을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으로 얼개를 짜면 좋겠다. 손님이 오는 게 귀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며느리, 사위, 손주도 손님이라고 얘기하면 마음이 달라진다.
목숨 같은 집, 제대로 숨 쉬며 살 단독주택
마당 넓은 단독주택에 사는 게 꿈이라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도시를 떠나 아는 사람도 없는 시골에 집을 지어 사는 게 쉬운 일인가? 아파트에 사는 게 갑갑하다며 도시에 작은 땅이라도 단독주택을 지어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 수 있다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식구들과 지냈던 소중한 기억을 추억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족애가 남다른 사람은 100평(약 330㎡)이 안 되는 땅에 다층집을 지어 단독주택에 사는 바람을 이루려고 한다. 좁은 땅에 다층으로 짓다 보면 일층에 주차장과 현관, 이층에는 거실과 주방, 삼층은 방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 마당은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포기하는 집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렇지만 마당이 없는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불편하고 관리만 힘든 집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마당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몰라서 그런지 다가구주택이나 상가주택에 들어있는 단독주택도 마당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마당은 단독주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 불가결한 공간이다. 열 평(33㎡), 아니면 그보다 작더라도 발코니가 아닌 외부 공간으로 마당을 넣어야 제대로 숨 쉬며 살 수 있는 집이 된다.
실내에서 할 일이 있고 하늘로 열린 마당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비가 오면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듣고, 불판을 차려 집 안에 배는 냄새 걱정 없이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겠다. 가을밤에 보름달을 바라보며 서늘한 바람을 맞아보는 일도 실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마당 한쪽에 꾸민 화단에 철마다 다르게 피는 꽃을 볼 수 있는 것도 우리집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혹시 발코니 없는 신축 아파트에서 숨만 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늦은 밤인데도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이 많은 건 왜일까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불 꺼진 집을 바라보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사각 박스 안에 갇혀 숨만 쉬며 사는 게 갑갑해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르겠다.
아파트가 싫어서 우리집을 지어 살고 싶으면 꼭 마당 있는 집을 짓기를 바란다. 실내를 조금 줄여 만든 작은 마당은 우리집의 숨구멍이다. 더 넓은 집 안에서 사는 건 곧 익숙해지면 그만인데 마당이 있는 집은 날마다 새로운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에서 숨만 쉬고 살 게 아니라 편하게 숨 쉬고 사는 집, 짧은 숨이 아니라 깊은숨을 들이켜고 내쉴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서 살아보면 어떨까?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관련기사
- [김정관 더봄] 단독주택 마당은 양의 공간, 아파트도 발코니가 있어야 음양이 조화
- [김정관 더봄] 집에서 창(窓)은 불이 들어와야 빛나는 존재
- [김정관 더봄] 우리집에만 있는 욕실을 가지고 싶어 짓는 단독주택
- [김정관 더봄] 밤마다 남편이 사라지는 집
- [김정관 더봄] 며느리가 기꺼이 자고 가는 집은 거실이 다르다
- [김정관 더봄] 풀하우스, Joyful이냐 잡초-풀이냐를 결정하는 마당 설계
- [김정관 더봄] 챙 넓은 모자와 처마 깊은 경사지붕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 [김정관 더봄] 단독주택 처마 아래 공간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일
- [김정관 더봄] 손주가 자주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김정관 더봄] 양동마을 관가정에서 가져온 한옥 얼개로 지은 단독주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