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오페라 가수
오페라페스티벌 <세비야의 이발사> 주연
오페라는 왠지 어렵고 딱딱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장르라는 선입견 또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요즘 핫한 뮤지컬도 그 뿌리는 오페라에서 대중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오페라는 낯선 언어의 성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 안에 우리가 뮤지컬에서 좋아하는 모든 요소(사랑, 질투, 희망, 배신 등)와 무엇보다도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극한의 아름다움이 모두 담겨 있다.
야쿠르트 광고에 사용된 <카르멘>이나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같은 멜로디는 이미 익숙하며, 영화와 드라마 등에도 오페라의 선율이 많이 쓰이고 있다. 아마도 오페라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아직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일 듯 하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공연작 중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역가수인 소프라노 김순영을 논현동 커피숍에서 만났다.

-성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릴 때 합창단 활동을 하기도 했고, 입으로 부는 미니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놀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른들의 칭찬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가수의 꿈을 키운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갔다. 오페라를 공부하려면 대개 이탈리아로 가던데 특별한 동기가 있었는지, 그리고 유학 중 특히 집중한 분야는 무엇인가?
“특별한 동기보다는… 친한 친구를 따라갔다(웃음). 유학 중 깊은 호흡과 구강 구조를 활용하는 기법에 집중했다. 당시 지도교수가 서양인과 얼굴 골격이 다른 특징을 강조하며 구강 구조를 활용하여 공명을 일으키는 과제를 많이 주셨다. 이런 기초를 다지며 독일 가곡인 리트(Lied)에 대한 공부도 차근차근 했고, 모짜르트가 다녔던 만하임의 성당에서 그의 음악세계를 상상하며 행복하게 보냈다.”

소프라노 김순영은 국립오페라단의 <유쾌한 미망인>과 <라 트라비아타>등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섰는데, 연기력이 뛰어난 가수다. 서정적인 아리아가 그의 음색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데 연기까지 갖추어 공연마다 관객들의 탄성이 터지곤 한다. 남다른 연기력이 궁금해 곧장 뮤지컬과 관련한 질문을 이었다.
-오페라 뿐만 아니라 <팬텀>, <안나 카레니나> 같은 뮤지컬에서도 활약했는데, 두 장르 각각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뮤지컬은 거의 한국어로 공연하므로, 상대역과 대사를 바로 주고 받으며 연극의 요소가 실감나게 살아난다. 게다가 성악 요소가 강조되면 더욱 멋지고 웅장해질 것이다. 이에 반해 오페라는 음악 연주와 함께 아리아를 부르는데, 바로바로 상황을 연결하기에 다소 제한이 있다. 관객에게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오페라가 드라마틱 요소를 조금 더 강조하면 좋겠다.”
-가곡을 많이 부르던데 특별한 까닭이 있는가?
“가곡은 그 자체가 바로 시이다. 시를 노래로 하는 것이고 사람의 감성을 터치하는 메시지 전달력이 강하기에 이 매력에 빠졌다. (한국어는 받침이 많아 노래하기에 어렵지 않느냐고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맞다. 받침 때문에 표현하기에 엄청 힘들다. 하지만 그 때문에 한국 가곡이 더 맛있다. 모음만으로 웅얼웅얼 자연스레 넘어가지 못하지만, 자음 받침이 있기에 노래말에 강세를 주며 입체화할 수 있어 노래할 때 더욱 묘미가 있다.”
-도전하고픈 작품이나 배역이 있는가?
“내 목소리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이나 <라 보엠>의 미미가 끌린다. 특히 줄리엣 역할은 초반에는 발랄하고 사랑스럽지만 후반에는 극적인 격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지금 그 역할을 맡는다면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 독자를 위해 이번에 공연하는 <세비야의 이발사> 작품 설명을 해 달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아주 재미있고 해학적인 작품이다. 심각한 내용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등 각 배역들마다 웃음코드가 있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재미있게 관람하고 공연이 끝나면 웃으며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작품이다. 관객의 겨드랑이를 간지르는 듯한 서곡부터 음악이 시종 경쾌하다.”
-성악가이자 한 명의 예술가로서,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공연장을 찾아 주시는 관객에게 늘 감사한다. 그분들이 없다면 공연도 예술가도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로트 같은 대중예술도 우리의 삶을 달래주지만, 클래식 또한 우리의 고단한 인생에 꼭 필요하지 않은가. 오페라 공연에도 관심을 갖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순영 소프라노에게 노래와 오페라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없이 “제게 그것은 생명이에요”라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의미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공연이 없으면 우울해지고, 생기도 떨어진단다. 6월에만 모두 세 편의 오페라 무대에 선다는 그. 생각해보니, 인터뷰 내내 활력이 넘치던 그는 진정한 오페라 사랑쟁이다.
공연은 2025. 6.20~21 양일간,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