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발레 인생, <발레 춘향>으로 무대 떠나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춘향의 해후 파드되에서 본인도 울컥
한국 대표 고전소설이자 판소리 문학인 ‘춘향전’이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발레를 만나 오묘한 아름다움을 담은 퓨전 발레로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심청>과 함께 대표 창작발레인 <발레 춘향 The Love of Chunhyang>(이하 <춘향>)이다. 익숙한 우리 고전을 차이콥스키의 선율과 발레 언어로 자연스럽게 재해석한 <춘향>의 음악은 마치 그가 이 작품을 위해 작곡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번 <춘향> 공연은 <심청>, <오네긴> 그리고 <지젤> 등 다수의 작품에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솔리스트 한상이의 아쉬운 고별 무대다. 긴 팔다리로 표현하는 라인이 아름다우며 섬세한 연기력이 강점인 그녀를 발레단에서 만났다.

-발레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교 5학년쯤 문화센터에서 취미로 발레를 배웠는데, 선생님이 어머니께 전공으로 추천하셨고 그 뒤 예원학교에 들어가면서 발레인생이 시작되었다. 동작을 배울 때 힘들지만 한 과정을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고, 그 희열이 오늘의 나로 서게 만들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인가?
"한복을 입고 우리의 정서를 담아 춤추는 <심청>과 <춘향>이 너무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네긴>의 타티아나 역이다. 판권을 소유한 ‘존 프랑코 재단’이 라이센스 승인 시 작품의 수준을 까다롭게 따지기로 유명한데, 재단이 직접 캐스팅을 해주어 정말 기뻤고 내게 특별한 의미를 준 작품이다."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작품이자 한국의 정서를 담은 무대인데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춘향과 몽룡 사이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해피엔딩의 스토리인데, 두 사람의 단계별 2인무(파드되)가 단연 백미다. 긴장과 설렘을 보여주는 초야 파드되, 슬픔과 절망을 연기하는 이별 파드되 그리고 기쁨과 환희가 폭발하는 해후 파드되가 이어진다. 특히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데 그때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격정적으로 연주된다."
이미 일부지역에서 <춘향> 공연을 시작했는데, 한상이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해후 파드되에서 특히 감정이 몰입된다고 한다. 이 말을 하면서도 발레리나는 잠시 눈물을 훔쳤다. 아마도 마지막 공연작이라 더욱 작품의 스토리에 몰입하는 듯했다. 그가 언급한 <춘향>의 세 가지 파드되는 극의 입체감을 극대화하며 서정적인 멜로 감성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 때 가장 눈여겨볼 동작은?
"파트너 발레리노가 저를 돌리면서 피쉬 다이브(남자 무용수의 골반에 여자 무용수가 걸쳐 펼치는 발레 자세)를 하는데 라인이 참 오묘하게 예쁘다. 서커스처럼 여자 무용수를 들어서 던졌다가 다시 받는 장면도 있다. 탁월한 테크닉과 체력이 뛰어난 이동탁이 파트너라 든든하다. 저는 바디 라인을 이쁘게 표현하는 아라베스크가 자신 있다."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고 발레와의 인연은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인가?
"제가 발레를 한 지 20년차이고 조금 이르긴 한데 박수 받을 때 떠나려고 늘 고민했다. 이제 딸이 초등학교를 가는데, 엄마 역할도 잘하고 싶다. 차차 계획을 세우려 한다."
지금의 마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라는 기자에게 그는 발레는 자신에게 선물이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행복과 뿌듯함 심지어는 좌절까지 준 미지의 선물상자 같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감성을 전하려 춤을 추었는데 그 마음을 느끼며 성원을 보내준 팬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마지막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인사도 잊지 않은 그. 발레리나 한상이의 은퇴는 쉼표가 아니라, 예술이 품은 시간에 대한 조용한 경배였다. 우리는 이제 그녀의 춤을 무대에서 더는 볼 수 없지만, 그녀가 춤을 통해 남긴 감정과 순간은 오랫동안 팬심에 기억될 것이다.
5월 말부터 6월 하순까지 군포, 김해 그리고 대구 등에서 무대에 올리는 <춘향>의 서울 공연은 6월 13 ~ 15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