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너지 중심의 정책 경쟁 펼쳐졌지만
문화 분야 논의는 제한적 수준에 그쳐
예술인 1인당 연소득 1055만원 불과

지난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 후보들의 1차 TV토론에서는 산업전환, 에너지, 인공지능 등 거시 경제 의제가 중심을 이뤘다. 이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어 국가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유권자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화산업을 침체된 한국 경제의 회복 수단 중 하나로 제시했다. 첨단 기술 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함께 문화산업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보고 공평한 기회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인식했다. 한국의 문화적 역량이 향후 경제적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세계 경제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상대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문화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문화산업을 관광산업과 함께 육성해야 할 핵심 제3차 산업 과제로 인식했다. 특히 문화 소비 진작을 위해 바우처 사업과 같은 수요 확대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통 음악이나 고전 음악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의 예술가들이 수요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처럼 일부 후보들이 모두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정책의 세부 방향이나 실행 방식은 상대적으로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문화예술 공약을 별도 섹션으로 구성해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5’라는 기조 아래 명시하고 있다. ‘2030년까지 문화수출 50조원, 시장 규모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 아래 창작지원금과 창작 공간 제공, 콘텐츠 제작 인프라 확충, R&D·정책금융·세제 혜택 확대, 웹툰 산업 육성, 인문학 기반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영상 콘텐츠나 SNS를 통한 단편적 언급이 일부 있어도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관련 정책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으면 유권자가 정보를 일관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된다. 이 지점에서 더불어민주당처럼 문화 관련 정책을 분리해 제시하는 방식은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후보들의 문화 정책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문화예술계의 현실은 정책 개입의 시급성을 시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1인당 평균 연소득은 1055만원으로 같은 해 국민 평균 연소득(2554만원)의 41.3% 수준에 불과했다.

예술인이 속한 가구의 평균 연소득은 4590만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 연소득(6762만원)보다 약 2200만원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분야별 격차도 컸다. 건축(4261만원), 만화(2684만원), 방송·연예(2485만원) 분야는 2000만원 이상 소득을 기록한 반면 음악(901만원), 무용(802만원), 미술(603만원), 문학(454만원), 사진(334만원) 등은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득 수준이 낮은 탓에 예술인 2명 중 1명은 부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 예술인 비율은 52.5%였으며 이 중 61.7%는 자유계약자(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저작물을 통해 저작권 수입을 얻은 예술인은 전체의 29.1%에 그쳤다. 예술 경력이 단절된 경험이 있는 예술인도 23%에 달했다. 단절 사유로는 ‘예술활동 수입 부족’이 65.5%로 가장 많았으며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도 13.9%로 집계됐다.

국내 예술환경이 성별에 따라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19.2%는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답했으며 ‘남성이 불리하다’고 답한 비율은 8.3%에 그쳤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여성 불평등 인식을 가진 비율이 높았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남녀가 평등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산업은 국가 경제의 소프트파워를 구성하는 핵심 영역일 뿐 아니라 예술인의 창작 환경은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담보하는 기반이다. 이번 토론에서 문화 관련 논의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향후 공약 실행 과정에서 문화정책의 위상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역으로 환기시킨다. 향후 각 캠프가 문화 예술 분야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행 계획을 정교하게 제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예술계 현장에서는 문화 소비 진작을 위한 지원책이 창작 기반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홍대 인근에서 활동 중인 30대 인디 뮤지션 A씨는 여성경제신문에 "창작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음원 수익은 미미하고 소규모 공연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현장까지 체감되지는 않는다"며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더 넓게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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