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2년 차, 손해율 가정 논의 재점화
메리츠화재 "장기 신뢰 선택해 보수적 가정"
삼성생명 "보수적 가정이 옳은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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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보험 상품의 손해율 가정을 둘러싼 회계 해석 차이가 보험업계 내 논란이다. IFRS17 회계기준 하에서 보험사의 예상손해율 추정치는 보험계약마진(CSM) 규모와 당기 순이익에 직결되는 만큼 가정 방식의 정합성과 비교가능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다.

16일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손해율 추정은 보험사별 계약 구조와 상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상무)은 "생명보험사의 경우 종신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30년 후를 전제로 한 손해율 곡선은 타 업권과 다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상손해율을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가정해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것은 IFRS17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BEL(최선추정부채)을 쌓을 때 예실차를 최소화해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예실차는 1000억원 미만으로 전체 위험보험료(연간 5조원 규모)에 비할 때 0.2%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실적과 추정이 정합하게 일치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CSM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험업계는 IFRS17 하 손해율 산정 계리적 가정을 두고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메리츠화재는 타사 대비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상품 구조가 유사하고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보험계약에서 실적손해율은 비슷한데 예상손해율은 회사마다 전혀 다른 추세를 보인다"며 "이는 재무제표의 비교가능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자사의 2024년 말 실적손해율이 90%, 예상손해율은 104%로 14%포인트 차이 나며 이 같은 차이는 보수적 가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예상손해율을 낮게 설정하면 이익을 조기에 실현하고 손실은 미래로 이연하는 구조가 된다"며 "이러한 방식은 장기상품의 수익성을 과대평가하게 만들고 출혈경쟁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전반으로 시선을 넓히면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행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은 손해율과 함께 또 하나의 주요 계리 변수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등 5대 손해보험사의 CSM은 해지율 가정 조정으로 총 5조580억원 감소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DB손보는 1조6900억원 감소했고 KB손보(1조2245억원), 현대해상(1조1459억원), 삼성화재(7030억원), 메리츠화재(3046억원)가 뒤를 이었다.

전체 CSM 대비 감소율은 DB손보(11.1%), KB손보(11.0%), 현대해상(10%) 등으로 나타났으며, 메리츠화재는 2.6% 감소에 그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메리츠는 연말 계리 가정 변경을 통해 오히려 CSM이 9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DB손보와의 연말 CSM 잔액 격차는 1조7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해지율 규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반영해 손보사들은 최근 무·저해지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주요 진단비와 수술비를 포함한 간편심사보험 기준으로, 50~60대 남성의 보험료는 현대해상이 평균 7.8%, 삼성화재 6.3%, KB손보 5.0%, DB손보 4.1% 올랐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1% 인상에 그쳤다. 같은 상품의 여성 기준으로는 DB손보가 7.6%, 현대해상 6.1%, 삼성화재 5.1%, KB손보 4.4%를 각각 인상했고 메리츠화재는 10% 인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무·저해지 해지율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계리 가정의 기준은 일부 정비됐지만 장기손해율처럼 여전히 실무 자율성에 맡겨진 변수들에 대해서는 해석 차이가 불가피하다"며 "계리 가정이 보험사의 이익과 지급여력에 직결되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일관성과 비교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감독 기준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장기 손해율 가정의 비교 가능성과 외부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승엽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본지에 "(보험사) 내부에서보다 시장 이용자 관점에서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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