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의 프롬나드]
돌로 쌓은 원뿔형 지붕 주택 트룰리
독특한 양식으로 관광객 사로잡아
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Puglia)주에 있는 알베로벨로(Alberobello)는 부츠 모양 이탈리아반도의 구두 뒷굽에 위치한 소도시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양식인 트룰리(Trulli)의 뾰족한 원뿔형 지붕이 줄지어 선 풍경이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베로벨로(Alberobello)라는 이름은 라틴어 'Sylva Arboris Belli', 즉 ‘전쟁의 나무숲’에서 유래한다. 전쟁에 중요한 도구가 되는 참나무가 많아서 생긴 이름으로, 이탈리아어로 나무를 뜻하는 ‘albero’에 이어 라틴어로 전쟁이라는 뜻의 ‘belli’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아름답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bello’가 되었다고 한다.

트룰리는 선사 시대부터의 건축 기술이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트룰리의 독특한 지붕 모양은 원형이나 사각형 벽에 석회암 슬라브를 원뿔형으로 쌓는 방식인데, 무덤 양식인 톨로스 건축 기법의 영향이다.
당시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고 오늘날과 같은 주거지의 기원은 14세기 중반으로 타란토의 왕자가 십자군 전쟁에 참가한 공로로 하사받게 되어 자기 영지에 살던 사람들을 이주시키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기 1000년경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16세기 후반에는 나폴리 왕국 소속이 되었는데 스페인 부총독 치하의 나폴리 왕국에 새 마을이 생기면 봉건 영주였던 아콰비바(Acquaviva) 가문이 왕국에 세금을 내야 했다.
영주는 세금을 줄이고자 거주민들에게 회반죽으로 돌을 고정하지 말고 자연석으로 임시 건축물처럼 트룰리를 짓도록 했다. 그 이유는 왕국으로부터 세무 감시관이 오면 순식간에 허물고, 지나가면 다시 재빠르게 쌓아 올리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상태로 18세기 말까지 비공식 상태로 존재하였는데, 주민들이 1797년 나폴리 왕국 페르디난도 4세에게 탄원서를 내고 공식적인 자치 마을로 인정받게 되었다. 마침내 알베로벨로 주민들은 아콰비바 가문으로부터 독립하여 진정한 알베로벨로가 시작된 것이다.

지붕에는 종교적 상징, 별, 태양, 십자가 등 다양한 문양이 그려져 있기도 하며 지붕 꼭대기에는 장인들이 디자인한 독특한 모양의 핀나콜로(pinnacolo) 장식이 세워져 있다. 트룰리는 자연 냉방 효과가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반면에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지붕 아래로 방 하나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붕을 보면 방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벽은 석회 반죽으로 견고하며 대부분 흰색으로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한 공간이 다용도로 쓰이며 주방, 창고, 침실 등이 분리되어 있지만 또한 연결되어 있다. 벽체 안쪽을 파내어 벽장(벽감)으로 쓰고 선반을 달아 식기, 생활용품, 장식품을 진열한다. 바닥은 자갈을 박아둔 포차토(pocciato)가 많았으나 현대에는 타일이나 목재로 많이 바뀌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트룰리 건축 양식의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이며 독보적인 아름다움은 그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이제는 관광지로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알베로벨로의 리오네 몬티(Rione Monti)와 아이아 피콜라(Aia Piccola) 지역이 주요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약 1500채 이상의 트룰리가 남아 있다. 지금도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기념품 가게나 레스토랑, 숙소로 쓰이는 집도 많다. 트룰리 박물관(Museo del Territorio), 산 안토니오 교회(Trullo Church of Sant'Antonio), 리오네 몬티 지역의 기념품 상점들과 트룰리 숙소가 관광 명소로 꼽힌다.

알베로벨로에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로마에서 바리로 가는 비행기가 있고, 또는 로마에서 나폴리를 경유하여 기차나 버스로 바리에 도착한 후 바리 중앙역에서 알베로벨로로 가는 기차나 버스로 환승하는 방법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전동수 월간 아츠앤컬쳐 대표이사·발행인 simonjd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