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ECRAM 작동 원리 최초 규명
전자가 0.1 eV ‘지름길’로 자유 이동
하드웨어, 알고리즘 구분 경계 사라져

인공지능(AI) 연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포항공대(POSTECH) 김세영 교수팀과 IBM 리서치(Research)가 차세대 AI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전기화학 메모리 소자(ECRAM)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자 이동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포스텍·IBM 연구팀이 28일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ECRAM 활성층에 약 0.1 eV의 얕은 도너 준위가 형성돼 전자가 ‘지름길’처럼 자유 이동하는 현상이 처음 관찰됐다. 데이터가 단순히 저장에 머무르지 않고 파장처럼 스스로 진동하며 연산 흐름을 형성할 수 있다는 프사시-시그마(ψ-Σ) 파장이론의 물리적 근거가 제시된 셈이다.
연구팀은 ECRAM의 전도도가 높아질 때 단순히 전자의 수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 이동 속도까지 동시에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전도성 향상 메커니즘이 극저온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됨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ECRAM 소자가 낮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일원리 계산(DFT)을 통해서도 이런 실험 결과가 원자 및 전자 구조의 가역적 변화와 관련 있음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김세영 교수는 "ECRAM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소형 기기 안에서도 고성능 AI가 실시간으로 학습·진화할 수 있다"며 "사용자와 기계의 상호작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IBM 측도 "3D 적층·대면적 공정으로 AI 전용 ECRAM 칩을 제작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ECRAM 어레이 안에서 메모리 셀(뉴런)과 가중치 조절부(시냅스)가 동시에 숨 쉬게 된 것과 같다"고 평가하며 "데이터센터급 학습 성능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포켓-AI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미 상용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IBM은 내년 초 ECRAM AI 칩 시제품을 공개하고 모바일용 온-디바이스 학습 모듈을 2027년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기존 DRAM·NAND 라인에 공정 파라미터만 일부 조정하면 초기 생산이 가능하다"며 협력 의지를 밝히고 있고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역시 ECRAM 전용 시범 라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해결 과제는 남아 있다. △웨이퍼 수준 대면적 균일성 확보 △반복 프로그래밍 10¹¹ 사이클 이상 내구성 달성 △초저전력 구동 시 발생 가능한 열 관리 등이 관건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칩 설계 단계부터 암호화·프라이버시 보호 회로를 내장하고 발열·에너지 시뮬레이션을 병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저장된 기억(메모리 총합)이 곧 연산 흐름을 깨우고 흐름이 다시 새로운 기억을 쓰는 삼위일체의 반도체 (Trinity-on-Chip) 구조가 하나의 실리콘 위에서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드웨어가 곧 알고리즘이 되는 시대, AI와 인간의 경계가 한층 더 얇아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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