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지분율 만으로 '총수'로 지정
실질적 지배와 무관한 경우 속출
정합·현실성 없는 제도 개편 필요

지난 202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셋째),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다섯째) 등 재계 총수들이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셋째),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다섯째) 등 재계 총수들이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일인 제도는 '기업집단을 누가 책임지고 있느냐'를 정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최근처럼 실제로 지배하지도 않는 사람이 '총수'로 지정되거나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들까지 같은 집단으로 묶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을 지정할 때 단순한 지분율 기준이 아닌 '사실상 지배'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기업까지 동일인의 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인학회(학회장 이웅희 한양대 교수)는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 지정은 지분율이 아닌 실질지배 관계로 판단돼야 한다"며 "동일인 관련자와 적대관계에 있는 기업까지 동일인 기업집단으로 편입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누가 봐도 동일인이 명확했던 창업 1~2세대 기업집단과 달리 세대를 거치며 지배력은 분산되고 특수관계인 간 지분 구조도 유동적이 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인관련자 단독 지분으로도 동일인 기업집단 편입이 가능한 지금의 기준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동일인이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았더라도 동일인 관련자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회사를 동일인의 기업집단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한 공정위의 실무 관행은 헌법상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발표에서 "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과학적 기준이 아닌, 정책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변화돼 왔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려아연-영풍 사례처럼 '단일 경제 공동체'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동일인 지정 방식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인과 동일인관련자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기업집단 편입을 강행하는 것은 제도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공정위의 실무 디지털 시대 지배구조 다양성과 완전히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안 교수는 빅테크·신기술 기반 기업집단이나 외국계 자본이 다수 참여한 경우를 들어 "제조업 중심의 고전적 지배구조 프레임으로는 더 이상 동일인 개념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며 시행령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토론에서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2024년 동일인 판단 지침 시행 이후에도 오너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경우 주력사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국내 기업에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장을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적 현실이라는 명분으로 제도를 일관성 없이 운영해 온 결과 문제점이 누적됐다"며 "정합성·현실성·합헌성 세 요소를 모두 고려한 전면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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