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리더십 복귀 후에 전략 없고
SK는 계열사들간 불협화음 커져
카카오 덩치 커졌으나 정체성 흐릿

삼성·SK·카카오. 이들 세 그룹은 업종도 다르고 위기의 형식도 각기 달랐지만 최근 1~2년간 자본을 움직이는 방식에서 놀라울 만큼 비슷한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다름 아닌 자본 운영의 중심 좌표 상실이다. 방향 감각 없이 진행된 투자가 만들어낸 구조적 왜곡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삼성·SK·카카오. 업종도 다르고 위기의 모습도 제각각이었지만 이들 그룹은 최근 1~2년 동안 자본을 운용하는 방식에서 놀라울 만큼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다. 핵심은 자본을 움직이는 ‘기준점’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투자는 계속됐지만 방향은 뚜렷하지 않아 결국 자본이 먼저 움직이고 전략은 나중에 따라가는 구조가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복귀 이후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전략적인 전환이라기보다 리더십 복귀를 알리는 외형적 신호에 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각 계열사의 이사회는 여전히 통일된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판단을 이끄는 내부 기준은 흐릿하다.
먼저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 방어와 주주 신뢰 확보를 위한 단기 수단으로 유효하다. 하지만 이는 현재 가치 방어에 머무르는 조치일 뿐 새로운 비즈니스 축을 형성하거나 구조 전환을 시도하는 방식은 아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은 변화했지만 실질적 투자 의사결정의 일원화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SK는 판은 크게 벌였지만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이 추진됐지만 시장은 이를 전략이라기보다 적자에 시달리는 SK온의 리스크 분산으로 받아들인다. 반도체, 수소, 에너지 등 여러 사업들이 그룹 안에 나열돼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내부 조직 간의 호흡도 따로 놀고 외부로 전달되는 신호도 일관되지 않아 'SK'라는 이름이 가진 정체성이 흐려지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판은 크게 벌였지만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이 추진됐지만 시장은 이를 전략이라기보다 적자에 시달리는 SK온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도체, 수소, 에너지 등 여러 사업이 그룹 내에 나열돼 있지만,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내부 조직 간의 호흡도 따로 움직이고 외부로 전달되는 메시지도 일관성이 떨어져 이른바 '수펙스(SUPEX)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실제로 업계 내부에선 "SK E&S 직원들 다수가 합병으로 인한 인센티브 감소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금융과 콘텐츠(IP) 분야에서 외형을 빠르게 키웠지만 내부는 다소 복잡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기점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는 동시에 콘텐츠 계열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픽코마,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등 각 부문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주회사 내부에서는 자금 흐름이 겹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 외부 자본까지 얽히면서 지배구조는 점점 복잡한 형태로 굳어졌다. 연결보다는 사업 덩치 키우기에한 집중한 결과 시장은 카카오를 하나의 통합된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종합하면 삼성·SK·카카오 모두 자본은 움직였지만, 그 방향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부족했다. 결정은 있었고 전략도 있었지만 판단이 왜 필요했는지는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삼성은 리더십 복귀 이후 명확한 새 전략이 멈춰 있었고 SK는 계열사들이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였으며 카카오는 구조적인 뒷받침 없이 빠르게 커졌다는 얘기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