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외형 확대 위한 보수인하 경쟁 지적

10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금투협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금투협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자본시장 내 신뢰 회복과 수탁자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외형 경쟁에 치우친 일부 대형 운용사들을 정면 비판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과 업계의 자정 노력을 동시에 주문했다.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는 상품 운용과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인하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운용의 기본인 펀드가격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어 “자본시장은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 기업 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전쟁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업계 전체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해왔지만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핵심 과제는 여전히 미완”이라며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돼 있음에도,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나 대주주·임직원의 사익 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자 중심의 의사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투자자 최우선 원칙이 흔들리는 사례들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모범 사례와 미흡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구분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CEO들도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와 보상·평가체계 전반에 신탁 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CEO들은 한국 증시의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 추진,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과 의결권 공시 강화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중복상장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 달러 등 외화표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허용, 장기적립식 및 채권형 상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부여 등을 요청했다. 또한 과도한 ETF 마케팅을 자제하며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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