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개 당사국 중 10개국만 기한 내 제출 
세계 최대 탄소배출 중국·인도 기한 어겨
국제 협력의 틀 무너트리는 트럼프 효과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취지로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이 당사국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무역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변수가 가세해 미국의 초기 정책 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지표가 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발표를 미루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한 195개 당사국 중 2035 NDC 제출 기한(올해 2월 10일)을 지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제출한 국가는 10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한 내 제출한 나라는 △미국(2005년 대비 61~66% 감축 목표) △영국(1990년 대비 81% 감축 목표) △브라질(2005년 대비 59~67% 감축 목표) △아랍에미리트(2019년 대비 44% 감축 목표) △뉴질랜드(2005년 대비 51~55% 감축 목표) △스위스(1990년 대비 최소 65% 감축 목표) 등으로 확인됐다.  

이중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한 달 전 NDC를 제출했으나 트럼프가 취임 직후 탈퇴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의 종이가 돼버렸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2024년 기준 전 세계 CO2 배출량 28% 차지)을 비롯해 인도, EU는 NDC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고 한국도 제출국 명단에 없다. 

특히 중국은 지난 30년간 국가 경제가 40배 이상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1000개 이상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됐다. 이로 인해 중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00억톤 CO2-eq에 달한다. 이는 유럽연합의 배출량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2024년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했다. 인구(14억5093만명)가 중국을 추월하며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탄소 배출량 증가를 운명처럼 겪었다. 

이같이 정작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나라들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로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이 구심력을 잃어버린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각국이 NDC 제출을 미루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는 취임 직후인 올해 1월 20일 지지자들 앞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재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20년 11월 탈퇴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2021년 2월 협약에 재가입했는데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미국이 파리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실제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며 “미국이 앞다퉈 당장의 이익만 좇으며 장기적인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국제 협력의 틀도 무너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을 촉발했다. 중국도 여기에 맞대응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으로 이미 혼란스러웠던 국제 정세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이 기후 외교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모양새다. 각국은 트럼프의 초기 정책 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NDC 발표를 미루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며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 진취적인 NDC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선 각국의 에너지 전환이 절실한데 재생에너지의 맹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공론화되고 있는 실상도 한몫 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연료로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는데 시간별로 공급량이 일정하지 않아 무탄소 전원 구조를 이루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원전은 실질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국가가 전세계에서 손에 꼽는 데다 유치와 건설에 장시간이 걸리는 점으로 인해 단기적인 NDC 목표에 반영하기는 무리가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믹스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실제로 원전을 믹스하지 않고서는 탄소중립 사회 실현은 쉽지 않다”며 “국내 재생에너지 자원량은 풍부하지 않은데 3면이 바다인점을 활용해 해상풍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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