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MCA, 공정위에 조사 공식 요청
국내 아이폰 가격 인상·차별 논란 확산
"공정위 적극성에 따라 상황 달라질 것"

애플 스토어 온라인 공식 사이트에 시리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본
애플 스토어 온라인 공식 사이트에 시리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본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 등 최신 기기에 '개인화된 시리' 인공지능(AI) 비서 탑재를 광고했지만 도입을 미루자 미국에서는 금전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한국에서도 서울YMCA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애플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소비자들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24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홍보하며 허위광고와 불공정 경쟁을 했다고 주장하며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클락슨 로펌(Clarkson Law Firm)이 맡았으며 로펌 측은 "애플의 광고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확산했고 소비자들은 해당 기능이 실제로 탑재될 것이라고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기대하게 됐다"며 "실제 제품에는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고(애플)는 해당 기능의 지연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AI 경쟁에서 앞서 있는 기업들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클락슨 로펌은 앞서 구글과 오픈AI를 상대로 무단 데이터 수집 및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전례가 있다.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서울YMCA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서울YMCA

이에 한국에서도 소비자들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애플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요청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등)와 검찰 고발을 촉구했다.

앞서 13일 서울YMCA는 "애플이 인텔리전스 기능을 강조해 아이폰16 시리즈를 판매하면서도 기능 탑재를 지속 연기했다"며 공식 유튜브 광고 등을 지적하며 소비자 대상 보상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서울YMCA는 "공정위 조사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후속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표시광고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해당 기능의 출시 연기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AI 부문 내부 문제로 계획이 틀어졌으며 팀 쿡 애플 CEO가 AI 책임자를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 부사장에서 마이클 록웰 부사장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아난드레아 부사장은 2018년 구글에서 영입돼 시리 개발을 이끌었으나 앞으로는 AI 연구와 기술 감독 등 다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인텔리전스 플랫폼은 대체로 실패했고 책임자 교체는 애플이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누케니(Nukeni)에 따르면 아이폰 16e 최저가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아이폰 공식 사이트 캡처본
시장조사기관 누케니(Nukeni)에 따르면 아이폰 16e 최저가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아이폰 공식 사이트 캡처본

애플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허위광고를 넘어 가격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누케니(Nukeni)에 따르면 아이폰 16e 최저가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같은 제품을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 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는 셈이다. 1위인 미국(약 88만원)과 비교하면 약 11만원의 차이가 난다.

구형 제품의 가격 인상도 단행됐다. 이달 초 애플이 태블릿 PC 신제품 '아이패드 에어 M3' 출시를 발표하면서 작년 5월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M4' 모델의 가격을 기습적으로 10만원 인상했다.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을 비롯해 주요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가격이 유지된 반면 한국에서만 가격이 인상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을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같은 시기 환율이 오른 말레이시아에서는 오히려 11인치 아이패드 프로 M4 256GB 모델 가격을 500링깃(약 17만원), 13인치 모델은 800링깃(약 26만원) 인하했다.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가격 조정을 할 때 해당국의 환율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판매 추이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출고가 인상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얼마나 강력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 폭스바겐 환경 저감 장치 광고 사건처럼 글로벌 기업이라도 국내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조처를 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공정위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문제를 정책이나 제도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만 출시되는 제품이 아닌 만큼 다른 나라와의 정보 교류와 공조를 통한 압박 등 사후 구제 중심의 구조를 넘어 소비자들의 구매 판단과 행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