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과 매각 진행 중에 '페퍼' 실사 나서
당국 M&A 규제 완화에 인수 활성화 기대

OK저축은행을 보유한 OK금융그룹이 상상인·페퍼 등 10위권 내 저축은행 인수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합뉴스
OK저축은행을 보유한 OK금융그룹이 상상인·페퍼 등 10위권 내 저축은행 인수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M&A) 규제를 2년간 완화하기로 했다. 인수합병 문턱이 낮아지며 상상인저축은행에 이어 페퍼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는 OK금융이 M&A를 성사시키기 한결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저축은행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이 최근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실사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두고 협상을 이어온 OK금융이 새로운 대안으로 페퍼저축은행을 검토하면서 인수 전략에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OK금융이 '저울질'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는 적정 매각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OK금융의 페퍼저축은행 실사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권 일각에선 상상인저축은행 측을 압박해 매각가를 낮추려는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M&A에는 두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도 주요 변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았다. 정상 영업은 가능하지만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감액, 경비 절감 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데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3분기 11.83%로 상상인저축은행(10.23%)보다 높아 자본적정성에서 우위에 있다. 여기에 올해 총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하는 등 건전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리적 기반도 고려 요소다. 현재 OK저축은행은 서울·충청·호남에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은 모두 인천·경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수도권 확장을 노리는 OK금융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OK금융은 지난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시키고 대부업을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저축은행 중심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M&A 규제를 완화하면서 OK금융이 다시 적극적인 인수전에 나설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현재 OK금융은 실사 및 인수설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OK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관련된 여성경제신문의 질문에 "인수합병이 결정되었을 때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OK금융이 선택지를 넓히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취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OK금융의 페퍼저축은행 실사설 이후 상상인저축은행과의 협상이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이번 인수전은 업계 판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OK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산이 13조7843억원으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14조8211억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2조7577억원)이나 페퍼저축은행(3조1943억원)을 품게 될 경우 순위 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M&A 규제 완화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의 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약 12.7%가 새 기준에 따라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저축은행의 신속한 자율 구조조정 유도를 위해 M&A허용대상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촉진책은 부실우려 저축은행에 최근 2년간 분기별 경영실태 계량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에 해당한 경우를 포함하고 그레이 존(Grey zone) 편입 기준을 규제비율 대비 4%포인트 이내로 확대한 점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무분별한 대형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저축은행 간 엄격한 M&A 기준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PF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로 저축은행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업계 전반의 자율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M&A 규제를 완화겠다고 밝혔다. 이에 저축은행업권의 인수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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