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5000원대 다이소 건기식 인기
제약사, 소비자 호응에 판매 지속
편의점 CU도 건기식 판매 추진 중
대한약사회 반발 vs 소비자 선택권 제한  

지난 8일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내 건강기능식품 매대 /류빈 기자
지난 8일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내 건강기능식품 매대 /류빈 기자

유통업계가 6조원 규모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다이소는 가성비를 앞세운 건기식 상품을 내놓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론 접근성을 앞세운 편의점까지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기존 유통 채널이었던 약국들의 반발과 소비자 권리 침해라는 목소리가 부딪쳐 이를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겨둔 상황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 기준 2020년 5조원이었던 국내 건기식 시장은 지난해 6조440억원으로 성장했다. 2035년까지 15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저가형 생활용품 전문점과 편의점 등 판매처 확장으로 인해 시장 성장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다이소에서는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의 건기식 제품 판매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대웅제약, 일양식품 건기식 30여종 판매를 시작했고 종근당도 뒤이어 입점했다. 비타민·루테인·밀크씨슬 등 35종의 건기식을 한 달분으로 3000~5000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약사들의 거센 반발로 일양약품은 제품 출시 닷새 만에 다이소에서 철수했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제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초저가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높아지자 우선은 판매를 이어나가는 분위기다. 

편의점 CU도 업계에서 최초로 건강기능식품 도입을 추진한다. CU는 본격적인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에 앞서 이달 업계 단독으로 동아제약의 건강식품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의 판매에 나선다. 또한 CU는 올해 상반기 중 직영점을 중심으로 건기식 테스트를 확대하고 주요 제약사들과 차별화 제품 출시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상품 라인업을 확정한 뒤 내년 상반기에는 전국 가맹점을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U는 작년 10월 선제적으로 전국 매장 3000점을 건강식품 진열 강화점으로 선정하고 40여 종의 상품과 특화 진열대 등을 도입했다. 지난달 해당 점포들의 건강식품 하루 매출이 일반 점포 대비 3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나자 CU는 올해 상반기 건강식품 특화점을 5000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식품관을 열어 종근당, 고려은단 등의 국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후 해외 유통망을 활용한 역직구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뷰티 유통 채널인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자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탄탄'을 출시해 시장에 진입했다.

다만 기존 건기식 유통 채널이었던 약국의 반발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약사들 사이에서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 상품 가격이 약국 판매 제품의 최대 5분의 1 수준이어서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유명 제약사가 수십 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며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생활용품점에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 데 대해 강력 규탄한다”며 “신속히 시정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실제로 다이소에서 철수하는 제약사들이 생기자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7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소비자 선택권에 악영향을 주는 약사회 주장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는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성분, 함량, 원산지에 차이가 있고 기존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판매해 가격 부담을 줄였다"며 "특정 직군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판매를 반대하며 제약사에 대한 보이콧을 예고했고, 결국 한 제약사가 건기식 판매 철수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라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 철수 과정에서 대한약사회의 압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들을 확보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약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가 건기식 판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과 함께 반복 구매가 자주 일어나는 품목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령화 사회와 함께 면역력 강화 및 건강 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건기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면서 “건기식은 반복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통업체들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건기식 판매 확대가 더욱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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