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업 적자 CGV, 4년 만에 희망퇴직
롯데시네마·메가박스도 실적 부진 지속
고물가·콘텐츠 부족·OTT 성장에 침체
OTT와 상생 위해 홀드백 법제화 요청

멀티플렉스 영화관 1위 업체인 CJ CGV가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극장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었던 영화관 업계는 매출 감소와 함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향후 기대작까지 부재해 극장 산업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극장가의 입지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번 조치로 약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직자는 연차에 따라 월 기본급 100% 이상의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CGV 측은 "국내 극장가가 어려워진 데 따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GV의 국내 사업은 실적이 저조하다. CJ CGV는 지난해 매출 1조9579억원, 영업이익 759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베트남 등 해외법인 실적 및 올리브네트웍스 편입 효과에 따른 것이다. 국내 극장 사업에서 벌어들인 매출액만 보면 7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억원(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6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 흥행작의 부재 등으로 국내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극장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는 모습이다. CGV 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와 시설비, 임대료 등 기타 부대비용의 상승세도 가팔라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총매출액이 4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판관비 절감 노력으로 연간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지만 국내 영화 시장의 회복 부진과 대형 상영작의 부재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콘텐트리중앙이 운영하는 메가박스의 지난해 매출은 2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34억원으로 전년(177억원) 대비 적자가 24.2% 축소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현재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양사 역시 실적하락으로 인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어 향후 인건비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롯데컬처웍스도 지난 2020년, 2021년, 2023년 각각 영업손실을 냈던 해에 세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극장 업계에선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로 관객들이 영화 관람 횟수를 줄인 데다 콘텐츠 부재, OTT의 성장 등의 요인이 극장가 침체를 장기화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회복세가 더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4 한국영화 결산'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관객 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201만 명) 줄었다. 2017년 연평균 관객 수가 2억209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해 한국 국민 1인당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횟수(평균 관람 횟수)도 2.40회로 2019년(4.37회) 대비 절반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15회로 줄었다가 반등해 2023년 2.44회까지 증가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관객 수가 줄자 영화관도 문을 닫았다. 지난해 폐관한 멀티플렉스 극장은 16개로,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17곳이 문을 닫은 것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관객 수 감소로 수익을 못 내자 투자가 감소하고 제작비도 줄어들면서 극장에 상영되는 영화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17’과 박찬욱 감독의 한국 영화 ‘어쩔 수가 없다’ 외에는 흥행 기대작으로 거론될 만한 영화들이 현저히 부족하다. 국내 주요 배급사들의 개봉영화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기대작으로 꼽혔던 ‘미키 17’은 개봉 10일 만에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지만 300만 돌파를 앞두고 일일 관객 수가 5만 명대로 떨어지며 흥행 동력이 급감했다.
CGV 관계자는 "향후 2~3년 내에 시장 상황도 코로나19 기간 제작된 영화가 없어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OTT의 확산도 극장가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OTT 시장 규모는 15억1900만달러(2조719억원)로 11.0% 증가했다. 한국 영화·영상 산업에서 OTT가 차지하는 비중은 62.2%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극장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극장업계는 상생방안으로 홀드백 제도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극장 업계에선 OTT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나치게 짧은 홀드백(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IPTV 등에 유통되기까지의 유예기간)으로 영화를 무료 공개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쿠팡플레이는 지난 1월 24일 개봉한 영화 ‘검은 수녀들’을 3월 7일부터 9일까지 72시간 동안 무료로 공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자유가 넓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영화관들은 극장 개봉작이 내려간 이후 3개월 뒤에 OTT에서 공개하는 홀드백을 법제화하자고 주장한다. 홀드백이 3개월일 경우 1월 1일에 영화관에서 내려간 영화는 4월 1일 이후 OTT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제 값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보는 것이 콘텐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보는데 OTT는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개봉한지 얼마 안 된 영화를 무료 공개하는 점이 아쉽다”라면서 “수익을 위해 OTT에 빠르게 영화를 넘기는 것은 결국 OTT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며 이는 콘텐츠의 질을 떨어트리게 해 국내 영화산업이 도태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