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뺀 삼성물산 2차 입찰 참여 '염두'
치솟는 공사비, 출혈경쟁 자제 건설사

잠실우성아파트 전경 /유준상 기자
잠실우성아파트 전경 /유준상 기자

'래미안'이냐 '자이'냐를 두고 10년 만에 리턴 매치를 벌일 것으로 기대되던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유력한 후보 삼성물산의 불참 결정으로 유찰의 고배를 마셨다. 

경쟁사인 GS건설은 수의계약을 노려볼 여지가 생겼지만 막상 삼성물산은 입찰을 지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권마저 건설사들의 상습적인 입찰 불참이 지속되는 것을 두고 사업성 분석보다는 조합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GS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시공사 선정은 2회까지 경쟁 입찰이 성사돼야 한다. 2회 이상 유찰 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만간 2차 입찰을 위한 공고를 게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다음 입찰에도 단독으로 참여하면 3회째에 수의계약이 가능해진다. 

다만 삼성물산이 포기가 아닌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돼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판단도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차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잠실우성 재건축의 입찰 조건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국내 주택경기 침체와 수익성 저하로 건설업체들의 선별 수주가 이어지며 서울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 강남 알짜 단지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 유찰의 고배를 마신 잠실우성 1·2·3차는 1981년 준공된 1842가구 규모 아파트다. 조합은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2860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조합이 예상하는 공사비는 1조6934억원 규모다. 이는 재건축 대어로 꼽히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보다 1000억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서초구 알짜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반포 4차는 총공사비 1조원, 1800여 가구를 조성하는 대단지 사업인 데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이 닿아 있는 교통 요지에 자리한 만큼 건설사들이 서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지난 5일 2차 경쟁 입찰까지 무산됐다.

조합은 통상 여러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유리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경쟁입찰을 선호하고 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 인건비·원자재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상승해 다른 건설사와 싸워 손실을 내면서 시공권을 따낼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의 '옥석 가리기' 또는 '조합 길들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재건축 조합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면 시공사의 참여가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곳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성경제신문에 "재건축 사업장 경쟁 입찰 문화가 사라지면서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을’이 아니라 ‘갑’의 위치에서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조합이 주는 공사비가 인상됨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이 오르고, 결국 분양가·매매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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