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기본급·성과급 인상 평행선
냉연 부문 손실액 254억원 추정
트럼프 25% 관세, 韓 수출 감소

현대제철이 1953년 창립 이후 가장 극단적인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철강업계 대내외적 위기에서 직장 폐쇄가 장기화되면 자동차업계까지 생산 차질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부분 및 일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지속하자 사측은 24일 방어 차원에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 지급 △차량 구매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철강업계 불황과 영업이익 감소를 이유로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함께 '기본급 450%+1000만원'의 성과급을 제시했다.
노조는 현대자동차 수준인 '기본급 500%+18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맞섰다. 부분 파업은 다음 달 1일까지 예정돼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노사분규로 냉연 부문에서 약 27만톤 가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해 손실액은 2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건설·기계 등 수요산업 침체와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로 판매가가 급락한 탓에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아울러 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쿼터제 적용 국가들과의 합의를 폐기하고 철강과 알류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이 여파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11.5%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 한국 철강 제품은 수출 물량 제한을 받았으며 현대제철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바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4% 감소한 23조22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60.6%와 72.2%가 감소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우리가 하나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파업은 회사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결국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현대제철 부채비율이 2023년 80%대에서 2024년 70%대로 낮춘 점을 들어 재정 위기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회사는 트럼프 관세 이전엔 글로벌 저성장, 국제 무역분쟁, 팬데믹으로 위기였다고 했다"며 "곳간이 차고 넘치면서 회사는 늘 위기이고, 노동자의 진짜 위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판매한 자동차용 강판이 100만톤을 넘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생산한 해당 강판 500만톤 중 20%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판매한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판매 비중을 최대 200만톤(20%) 까지 늘려 자동차용 강판 시장에서 글로벌 톱3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현대제철은 3세대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위해 조만간 설비 개조 및 증설을 추진하고 연내 상업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