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및 CET1 비율 관리
회장 등 경영진 '밸류업' 의지 드러내
우리금융, 비과세 배당-호실적 주가 ↑

국내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가 2025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본격화하며 주주환원 확대에 나섰다. 4대 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CET1 비율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보통주자본비율은 낮게 나타났으나 '비과세 배당'을 내세우며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최근 2024년 4분기 및 연간 경영 실적과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4대 지주는 올해 주주환원 확대, 자본관리 정책 개선, 수익성 강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4대 지주가 올해 예고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통상 회사가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당 가격과 자본 효율성은 증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당기순이익 5조원을 돌파한 KB금융은 올해 총 1조76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포함됐다. 작년 7월 KB금융은 4000억원 규모로 발표했지만 6개월 만에 1200억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이에 따라 2023년 37.7%로 집계됐던 총주주환원율은 올해 4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주주환원 강화와 자본비율 관리,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1년 연속 13%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해당 비율은 지난 2023년 말 13.59%에서 지난해 연말 13.51%로 0.08%포인트 떨어졌다. 3분기(13.84%)와 비교할 때는 0.3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는 2024년 하반기 급등한 환율에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해당 비율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은 전 분기 말 대비 7조5000억원 증가했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재무 안정성과 손실 흡수 능력 등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해당 비율 13% 이상 유지를 목표로 하며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CET1 비율이 올라가면 주주환원 기대치가 상승하고 이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그룹의 CET1 비율도 전년 동기(13.17%) 대비 0.14%포인트 하락한 13.03%로 집계됐다. RWA(342조7000억원)가 환율 상승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5조8000억원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은 2024년 실적 발표 당일 이사회를 통해 결산배당금액을 540원으로 결의하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지난달 소각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와 올해 배당이 확정된 1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7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일본을 방문해 일본 금융청과 일본은행(BOJ) 및 주요 기관 투자자를 만나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진 회장은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해외 투자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든든한 한국 금융시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 노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CET1 비율 추정치는 13.13%로 집계됐다.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밝히면서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주주환원율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6%에 그쳤던 해당 비율은 지난해 37.8%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의 현금배당액은 주당 1800원으로 결의됐다. 이로써 2024년 보통주 1주당 배당액은 분기 배당 1800원을 더한 3600원으로 결정됐다. 주당 200원(5.9%) 늘어난 수준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3일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여해서 "밸류업을 위해 해외 IR을 나가보니 투자자 대부분이 지배구조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더라"면서 "이사회 역할 강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만큼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안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순익 '3조 클럽'에 복귀한 우리금융그룹은 '비과세 배당'을 내걸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우리금융은 별도 자본잉여금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이 경우 주주가 냈던 돈을 돌려주는 형태로 바뀌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08%로 집계됐다. 올해는 해당 비율을 1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해당 비율 13%대 안착에 실패했지만 당국이 요구하는 12%대 방어는 성공했다. 지난해 환율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 이사회는 주당 결산 배당액을 660원으로 결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주당 배당은 1200원이 됐다. 올해 우리금융은 15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할 계획으로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우리금융의 주주환원책과 관련해 임종룡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우리금융을 비롯한 밸류업 공시 기업들의 강력한 이행 의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변함없이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일 우리금융이 이런 내용과 함께 개선된 연간 실적을 공개하자 시장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기준 우리금융의 종가는 1만7240원으로 실적 발표 당일(1만5390원) 대비 12%(1850원) 이상 올랐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연간 순익은 3조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 확대됐다. 수수료 이익 증가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이 41.9%나 성장한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지방금융지주 중 '밸류업 모범생'으로 꼽히는 JB금융지주는 2024년 총주주환원율 32.4%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JB금융은 이에 관해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되는 대로 주주총회를 연 뒤 31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당 배당금은 680원으로 책정됐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RoRWA 관리를 통해 주주환원의 기반이 되는 CET1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기업가지 제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사의 밸류업 계획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이는 주가 상승과 투자자 신뢰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주환원에 집중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주가를 단기적으로 부양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주주환원에 집중하면서도 내부 유보금 수준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이유 있는 상승'이 되도록 분명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편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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