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우영 작가 자녀 생일이기도 해
"유가족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아야"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409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2심 판결이 3월 13일 오후 2시로 미뤄졌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409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2심 판결이 3월 13일 오후 2시로 미뤄졌다. /연합뉴스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2심 판결이 내달 13일 오후 2시로 미뤄졌다. 이날은 고(故) 이우영 작가의 발인 날이자 자녀의 생일이기도 하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년 넘게 진행되던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2심 판결이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검정 고무신'은 고(故) 이우영 작가의 작품으로 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 중학생 기철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이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해당 작품은 14년간 연재됐으며 45권짜리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으며 캐릭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검정 고무신'의 저작권과 관련해 큰 고통을 겪었다. 형설출판사와 맺은 계약 때문이다. 2007~2010년 이씨는 '작품과 관련한 일체의 사업권‧계약권을 출판사 측에 양도한다'라는 내용의 계약을 출판사와 체결했다. 이후 캐릭터 사업을 독점한 출판사는 '이씨가 회사의 동의 없이 검정 고무신 관련 창작 활동을 했다'라는 이유로 2억8000여만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이씨는 "출판사가 검정 고무신 사업으로 난 수익을 정당하게 나누지 않았다.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공정 계약은 무효"라며 맞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소송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그는 2023년 3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재 소송은 고인의 유가족들이 이어가고 있다.

1심 판결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인 2023년 11월 9일에야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재판장 박찬석)는 이씨의 유족과 출판사가 저작권을 두고 다툰 소송에서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저작권 양도) 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라면서 "(앞으로) 출판사는 검정 고무신과 관련된 창작물과 광고물을 선전‧판매‧전시하지 말라"라고 선고했다. 

이씨가 출판사와 맺었던 계약을 해지하고 저작권을 유족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가 출판사의 저작권을 침해한 부분을 일부 인정하며 "유족이 출판사에 7400여 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은 1심 선고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형설출판사 측이 항소하면서 4년 만에 결론 났던 저작권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6일 예정돼 있던 2심 판결도 다음 달로 미뤄지고 말았다.

이우영 작가의 죽음은 문화예술계의 많은 창작자들에게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사건으로 문화예술공정유통법이 제안됐고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출판사 저작권등록취소 최초 사례, 예술인권리보장법을 통한 불공정계약 시정명령 최초 사례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개선이 일어났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예술공정유통법은 아직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국회를 표류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불공정계약 판단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형설출판사는 고작 250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시정명령을 무시했다. 이우영 작가의 유가족들은 여전히 <검정고무신>의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사용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故)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3월 13일로 미뤄진 판결을 두고 "유가족분들이 더 억울해하거나 상처받지 않을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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