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비·생활비 중장기 플랜 생보사에서
유병자·간편가입 고려하면 손보가 유리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5만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63만명이었던 치매 환자 수는 9년만에 40만명 이상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5만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63만명이었던 치매 환자 수는 9년만에 40만명 이상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설 연휴를 맞아 본가에 갔습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어머니가 휴대전화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반나절 동안 쩔쩔매시더군요. 어머니는 떡국 고명으로 올라갈 계란 지단을 만들다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해야 됐던가?"라며 제게 물어봤고 식사를 마친 뒤에야 갈비찜에 넣으려고 밤을 사뒀다는 사실을 떠올리셨습니다. 문득 '초기 치매 증세'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서워졌습니다. 돌봐줄 분은 어떻게 구할지, 진단비나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이씨, 회사원, 32세)

2025년 한국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치매 환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5만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63만명이었던 치매 환자 수는 9년만에 40만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약 10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0명 중 1명 이상은 치매를 진단받았다.

경도인지장애까지 범위를 넓히면 환자 수는 더 늘어난다. 2022년 기준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2.7%에 달한다. 경도인지장애자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맞춰 보험사들은 다양한 치매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각 상품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보장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입자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고르려면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치매보험에 가입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병간호가 필요한 시점이 올 때 대응법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치매보험 상품은 보장과 설계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생보사의 치매 상품은 중장기적 보장을 중심으로 설계돼 치매 진단금과 연금 형태의 간병비를 장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구조가 주를 이룬다. 종신형 상품이 많고 치매 외 암, 뇌혈관, 심장질환 등 다른 질병도 포함된 복합형 상품도 다수 판매하고 있다.

반면 손보사가 판매하는 치매보험 상품은 간편심사 상품이 많아 병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더라도 가입할 수 있다. 단기적 의료비나 간병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경우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보사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경증 치매에서 중증 치매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폭넓은 보장을 원한다면 삼성생명의 '삼성 치매보험'이 적절할 수 있다. 이 상품 특약 가입자가 경도인지장애나 최경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 '돌봄로봇'을 제공받는다. 돌봄로봇은 '치매특화 인지기능 훈련 프로그램'을 탑재해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입자가 중증치매 진단을 받으면 중증치매진단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이후부터는 매년 중증치매연금도 지급해 생활비 부담을 덜어준다 

부모님이 고령자라면 가입 가능 연령을 80세까지 늘린 동양생명 '수호천사치매간병은동양생명보험'에 주목할 만하다. 해당 상품은 사망 보장을 주계약으로 삼으면서도 피보험자가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장기요양생활자금'과 '장기요양재가급여보장' 등 특약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간병비에 초점을 맞춘 치매보험도 있다. 지난 8일 출시된 KB라이프생명의 '골든라이프 치매건강보험'은 기존 1~5등급까지만 보장하던 장기요양 간병비 보장을 인지지원등급까지 확대하고 재가급여 보장은 데이케어센터와 방문요양으로 세분화해 보장을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 중 의료경도 이상을 보장하는 '요양병원 입원일당(의료경도 이상)' 특약도 탑재했다.

이해하기 쉬운 보험약관이 필요하다면 하나생명의 '무배당 하나로 연결된 치매간병비보험'이 적합하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보험개발원이 평가를 대행한 '제28차 보험약관 등 이해도 평가'에서 생명보험사 상품 중 최고점을 받았다.

NH농협생명의 '백세시대NH치매보험'은 2018년 출시 이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35만건이 계약된 해당 상품은 치매 진단 시 '영상 자료'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 과정이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부모님이 기존 질환을 앓고 있다면 손보사의 치매 관련 보험 상품 가입이 유리하다. MG손해보험의 '간편한 간병인 치매보험'은 고혈압이나 당뇨 유병자라도 복잡한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중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 매월 간병비를 지급한다.

한화손해보험의 '치매 안심 간편가입보험'은 고령자와 유병자를 위해 설계된 상품으로 중증 치매 진단 시 고액의 진단금을 지급한다. 50대 이상 가입자라면 복잡한 심사 없이 의료비와 간병비를 동시에 준비하기에 적합하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간편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펫보험이나 운전자보험과 달리 치매보험은 가입 가능 연령부터 보장 범위까지 따져봐야 할 것이 많고 모든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기도 어렵다"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보험 상품이 어떤 것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한 후 상품을 알아보는 편을 추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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