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근무 수당은 없고, 감정 노동만 늘어난 현실"
"돌봄 가치 존중하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

청주시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시설 입소자 방에 가족 사진이 놓여 있다. /김현우 기자
청주시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시설 입소자 방에 가족 사진이 놓여 있다. /김현우 기자

"어제는 밤 9시에 근무를 마치고 10시에 집에 왔어요. 내일은 데이 근무라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해요. 그다음 날은 이브닝 근무예요. 요양보호사는 기본 3교대예요. 도저히 쉴 틈이 없죠. 곧 있으면 설날인데 끔찍해요. 보호자분들이 부모님 보러 오시니 준비할 게 산더미죠. 우리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죠. 수당이라도 주면 덜 힘들 텐데, 그림의 떡이니 허탈함만 남아요."

설날 아침, 가족들이 모여 떡국을 나누는 시간. 하지만 김정희(52) 씨는 요양시설에서 어르신의 손발을 씻기고 점심 식사를 챙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명절이라고 해서 휴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설날은 더 바쁘고 고된 날일 뿐이다.

설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지만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에게는 그저 ‘평소보다 더 힘든 하루’일 뿐이다. 이들은 명절에도 어르신들을 돌보며 쉬지 못한다. 열악한 근로 환경 속에서 더 큰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입소 어르신의 기저귀를 교체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요양보호사가 입소 어르신의 기저귀를 교체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요양보호사의 노동은 명절에도 멈추지 않는다. 2022년 정부 산하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85%가 설날과 같은 명절에도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약 70%의 개호(요양) 직원이 명절에 근무한다.

명절은 시설 내 보호자들이 방문하거나 가족 행사가 많아지는 시기다.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량은 평소보다 더 늘어난다. 경기도 평택시에 근무하는 한 요양보호사는 "평소엔 간단히 식사만 챙기면 되는데 명절에는 가족들이 방문하니 특별식 준비도 해야 한다. 어르신들도 더 자주 돌봐야 해서 힘들다"고 했다. 

문제는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30%는 명절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요양보호사가 입소 어르신의 식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요양보호사가 입소 어르신의 식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의 경우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일부에선 명절 근무 시 추가 수당을 의무적으로 보장해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한다. 하지만 한국은 명절 근무 수당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또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서 요양보호사는 제외됐다. 종사자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2023년 여성경제신문이 보도한 '요양보호사의 늪' 특별기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62%가 명절 이후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경제신문이 2023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설 근무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평균 약 10시간씩 일한다. 이들 중 절반 정도(45.3%)는 일주일에 평균 3일가량 야간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주간 이틀, 야간 이틀 근무를 하고 이틀을 연달아 쉬는 근무 형태와 24시간 꼬박 근무 후에 이틀을 쉬는 근무가 일반적이다. 올해 7월부터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을 반드시 쉬도록 하는 근무 중 휴식시간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지만 시설노동자의 46.0%가 ‘근무 중 휴게시간에 쉬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은 일본 교토에 위치한 한 요양시설 입소자 방. /김현우 기자
여성경제신문이 2023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설 근무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평균 약 10시간씩 일한다. 이들 중 절반 정도(45.3%)는 일주일에 평균 3일가량 야간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주간 이틀, 야간 이틀 근무를 하고 이틀을 연달아 쉬는 근무 형태와 24시간 꼬박 근무 후에 이틀을 쉬는 근무가 일반적이다. 올해 7월부터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을 반드시 쉬도록 하는 근무 중 휴식시간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지만 시설노동자의 46.0%가 ‘근무 중 휴게시간에 쉬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은 일본 교토에 위치한 한 요양시설 입소자 방. /김현우 기자

일본은 개호보험을 통해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감정 노동 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지방정부에서 요양보호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명절 휴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쿄의 한 요양시설에서는 설날에 보호사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줄이는 자율 근무제를 시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명절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할 소중한 날이지만, 요양보호사에게는 그렇지 않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사회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이들의 노동환경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절 근로 환경 개선을 통해 요양보호사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돌봄 노동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역할이다.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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