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확대
부실기업, 상폐요건 미달시 퇴출

최근 IPO시장이 기관투자자의 '단타'로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제도 손질에 나선다.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저성과 기업의 적시 퇴출을 통해 주식시장의 질적수준을 제고할 방침이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협회·거래소 규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IPO 제도개선 방안'을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서 "IPO 시장은 과도하게 단기차익 위주로 운용되고 진입에 비해 퇴출이 원활하지 않아 자본시장의 효율적 기능과 신뢰를 저하하고 있다는 평가와 지적이 있다"며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에 있어 또 하나의 주요 과제인 IPO와 상장폐지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IPO 종목 77개 중 74개에서 상장일에 기관투자자가 '순매도'를 기록했다.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자마저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에 매도해 단기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단기차익 투자로 인해 수요 예측이 과열되고 적정 공모가 산정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보고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기관투자자 공모주 배정시 의무보유 확약 기간(최대 3개월)에 따라 가점(최대 5점)을 부여해왔지만 확약 물량 비중은 지난해 평균 19% 수준에 그쳤다. 원활한 제도 안착을 위해 올해는 우선 배정 비중을 30%로, 내년부터 40%로 적용한다.
만약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를 채우지 못할 경우 주관사에 공모물량 1%(상한금액 30억원)를 취득한 후 의무적으로 6개월간 보유하도록 했다. 기관투자자가 가점을 받으면 공모주 물량을 받는 데 유리하다. 당국은 앞으로 공모주 물량 중 40% 이상이 단기매도가 제한돼 상장 당일 주가가 폭등·폭락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제도뿐 아니라 상장폐지 제도도 대폭 개선한다. 금융당국은 상폐 요건을 높여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시총 500억·매출액 300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시총 300억·매출액 100억원에 미달하면 즉시 퇴출하기로 했다.
현행 기준 코스피는 시총 50억·매출액 50억원, 코스닥은 시총 40억·매출액 30억원이다. 기준선이 상향 조정되며 금융위는 코스피 62개사(전체의 8%), 코스닥 137개사(7%) 등 모두 199개사가 강화된 자격요건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기준도 강화한다. 현재는 감사의견 미달이 나와도 다음 또는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해왔지만 앞으로는 다음 사업연도에도 감사의견 미달시 즉시 상폐 조치한다.
상폐 심의·개선기간은 축소한다. 현재는 자본잠식 50%, 매출액 미달 등 상폐 사유가 발생하면 심사와 개선기간을 거쳐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코스피의 경우 실질심사의 심의단계는 2심제, 코스닥은 3심제로 운영되고 개선기간도 코스피는 최대 4년(1·2심 2년씩), 코스닥은 2년을 부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의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역시 저성장 기업 퇴출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예년과 다르게 운영될 것"이라며 "거래소를 우량·비우량 기업으로 나누는 등 근본적인 주식시장 체계 개편은 추후 해외사례 검토,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