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4일부터 산분장 공식 도입
장소는 해양과 자연장지로 한정돼
전문가 "접근성 낮아 실효성 미미"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산분장이 가능한 구체적 장소가 정해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산분장이 가능한 구체적 장소가 정해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나 죽거든 자연에 뿌려라." 어머니 뜻 따라 산분장을 하려는데 장소를 찾기 쉽지 않네요. 바다로 나가기엔 배 구하기 번거롭고, 산에 뿌리자니 불법이니까요. 산분장 시설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요. 마지막 소원은 꼭 들어드리고 싶은데 마음이 무겁네요.

정부가 법적 공백 상태였던 산분장 가능 정소를 정했다. 다만 장소를 축소해 유가족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봉안시설 포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산분장이 언급됐다. 하지만 최근 제도화로 산분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면서 시민들의 수요는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산분장은 화장 후 유골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산이나 바다 또는 지정된 장소에 뿌리는 장례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봉안시설(봉안당, 납골당 등)에 유골을 안치하는 방식과 달리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개념에 기반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산분장이 가능한 구체적 장소가 정해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장소는 ‘육지의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을 마련한 장사시설’이다. 오는 24일부터 시행된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산분장 제도가 도입돼 유가족들의 장지 마련 등 유골 관리 비용 절감과 함께 후대에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국내에선 봉안시설 포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가운데 산분장 제도가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장례 방법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과거 심각했던 '전 국토 묘지화'가 최근 봉안시설 포화 현상으로 불거졌다. 수요에 비해 유골을 안치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난립하던 묘지 문제는 장례 방식이 변화하면서 수그러들었지만 이젠 묘지 대신 봉안시설이 국토를 다 차지하고 있다”며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묘지가 양산된 격”이라고 했다. 이어 “고령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그만큼 사망자도 급증하는데 봉안시설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죽어서도 주택난"···국토 묘지화 막으니 이젠 봉안시설 포화

다만 전문가는 봉안시설의 수요를 줄이려는 취지에서 산분장 제도화는 정책적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산분할 수 있는 장소가 법적으로 정해지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접근성이 열악해졌고, 따라서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최재실 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산분장은 봉안시설 포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법대로 산분장을 하려면 장소가 자연장지와 해양으로 제한되는데 이는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장지는 전국적으로 공급이 적고 특히 수도권은 봉안시설 위주로 조성돼 있어 찾아보기 어렵다”며 “해양의 경우 개인이 배를 이용해 나갈 수 있지만 비용적인 부담이 클 수 있다. 대안으로 해양장을 이용한다면 이마저도 인천, 부산 등 두 곳에만 국한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장사시설이 복지시설로 기능하려면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정책은 오히려 장소 범위를 축소해 접근성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분장이 국민들에게 생소한 만큼 설문조사나 공청회를 통해 국민과 업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보완해야 했다. 그런 과정 없이 발표된 점은 아쉽다”며 “이번 제도화는 국민들이 생활 반경 내에서 산분장을 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거나 추가적인 법적 지원이 병행됐다면 좋았을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준비 부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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