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봉안시설 포화 상태 확산
산분장 제도화·추모 방식 다양화
새 시도에도 “시설 공급 병행해야”

초고령사회로 장례 수요가 급증하면서 봉안시설이 빠르게 포화에 이르고 있다.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납골당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장례 문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봉안시설 부족으로 장례 방식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산분장 제도화부터 지자체 대응책, 민간의 인공지능(AI)·디지털 추모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추모 방식이 등장하면서 봉안시설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시설 공급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장례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전환되며 ‘전 국토 묘지화’ 문제는 줄었지만 대신 봉안시설 포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화장은 보편화됐지만 유골을 안치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산분장을 제도화했다. 산분장은 화장 후 골분을 산이나 바다 등 지정된 장소에 뿌리는 방식이다. 납골당에 안치하지 않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개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충북 청주시·전북 무주군·서울시 등에서 산분장지를 조성하는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지자체가 자연장지 조성 시 1000㎡(302평) 이상 산분장지를 포함하고 장사 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장할 때도 유휴 공간을 활용해 산분장지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봉안시설 포화는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세종시는 은하수공원이 2032년경 포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했다. 봉안시설 증설, 노후 화장로 교체와 증설 로드맵, 수목장·산분장 확대, 사이버 추모관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안신일 시의원은 “앞으로 7년 남짓한 기간 안에 세종시는 장사시설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사이버 추모관 활성화를 통해 봉안시설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 이는 봉안당 포화 시점을 늦추고 시민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향후 증설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추모 방식을 다변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 ‘스웬’은 생전 혈액을 보존해 추모 오브제로 만드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는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지 않아도 기억의 매개체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 상조 서비스 기업 프리드라이프는 업계 최초로 AI 기업과 협력해 고인의 목소리와 영상을 구현하는 AI 추모 서비스 ‘리모메리’를 선보인 바 있다. 유골을 안치하지 않아도 추모할 수 있는 방식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봉안시설 수요가 여전히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적 대응과 문화적 변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실 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봉안시설 수요가 높은 이유는 (유골함 등) 추모 대상이 되는 실물이 있기 때문”이라며 “명절이나 기일에 가족이 찾아 예를 올릴 수 있다는 문화적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사이버·AI 추모 같은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본다. 시대 흐름에 따라 그렇게 변화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인지도 부족과 기성세대의 장례 결정권 탓에 확산 속도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어 “당장의 봉안시설 수요는 공급 확대를 통해서만 채울 수 있다”며 “그와 동시에 AI 등 다양한 추모 방식을 병행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 코로나19 같은 외부 변수가 개입하면 급격히 전환할 수도 있지만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