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하나금융 '70세룰' 언급하며
"함영주 회장 본인에 적용 안할 것"
금융권 전반 체질개선 메시지 해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금융지주 검사 결과 발표 연기와 관련해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업계는 발표 시점과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KB·농협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마치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은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 문제가 불거진 바 있으며 농협금융은 대규모 배임·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과 중앙회의 인사·경영 개입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지난 20일 열린 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과 발표 연기와 관련해 "위법 행위에 대해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하면서 '만 70세 정년 제한' 규정을 완화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를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고 변경했다. 기존의 내부 규범은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를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였다. 즉 '해당일 이후'로 되어 있던 규정이 '해당 임기 이후'로 변경된 것이다. 함 회장은 1956년생으로 현재 만 68세다.
이 원장은 "아직 함영주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지 안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어서 셀프 개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현 회장의 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혹여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굳이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본인에게 규정 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인사와 관련해서는 "금융의 전문성, 건전성, 운영 리스크 관리와 관련한 경험에 더불어 농민·농업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가진 균형 있는 분에 대해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와 관련해서는 "현 경영진 체제에서도 파벌주의 문제나 여신, 자산운용 등 난맥상이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문제이고 이 부분을 (검사 결과 등에) 엄정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업계는 긴장감 속에 향후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원장이 언급한 '매운맛' 발표와 엄정한 후속 조치 예고로 인해 내부 통제와 운영 리스크 관리 강화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이번 움직임을 금융권 체질 개선을 압박하는 신호로 해석하며 발표 내용과 대응 방안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금감원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결과 발표를 넘어 금융지주와 은행의 내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지적으로도 볼 수 있다"며 "특히 운영 리스크와 내부 통제 문제에 대해선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