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텔레그램 신규 설치 4만576건
검열 우려 확산···"카톡 믿기 어려워"
'윤석열'·'계엄령' 검색량 1000% 급증
전문가 "곧 계엄 피로감이 찾아올 것"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가 4배 이상 급증하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챗 GPT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가 4배 이상 급증하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챗 GPT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가 4배 이상 급증하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열 우려와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안감이 '디지털 피난' 현상을 촉발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11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텔레그램 신규 설치 건수는 4만576건으로 메신저 업종 전체 신규 설치의 47.09%를 차지했다. 이는 전날 신규 설치 건수(9016건) 대비 약 4.5배로 증가한 수치다.

텔레그램 신규 설치는 다음 날에도 3만3033건을 기록했다. 5~6일에도 1만 건이 넘는 설치 건수를 이어가며 메신저 분야 1위를 유지했다. 이는 이전까지 국내 앱스토어 인기 차트에서 50위권에 머물던 텔레그램의 이용 추세와 확연히 대조된다.

주요 원인으로는 계엄령 선포 이후 일부 이용자들이 국내 메신저 서비스가 검열될 수 있다는 우려와 트래픽 과부하로 카카오톡 등 주요 메신저 사용이 어려워질 상황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로 강력한 보안성을 제공해 서버 측에서도 대화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

계엄령 선포 직후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 트래픽 과부하로 접속 불안 현상이 발생하자 SNS에는 "만일을 대비해 텔레그램을 새로 설치했다"는 메시지가 다수 등장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자기 보호 본능으로 해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라며 "텔레그램 설치 급증은 검열과 사생활 침해 우려 속에서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로 이동하는 '디지털 망명' 현상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오프라인에서 안전한 장소로 피신하듯이 온라인 세상에서 디지털 피신을 하려는 심리적 대처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데이터랩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비상계엄' 키워드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네이버 뉴스 댓글 수는 계엄령 당일 39만개, 계엄이 해제된 4일에는 92만여개를 기록했다. 탄핵 표결이 있었던 7일에는 댓글 수가 97만개까지 치솟았다. 구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국내에서 '윤석열'과 '계엄령' 키워드가 각각 50만 건 이상 검색됐다. 이는 평소 대비 무려 1000%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는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트래픽과 정보 소비에 대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곽금주 교수는 "계엄령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찾고 소비하지만 이러한 정보 과부하는 결국 '계엄 피로감'을 유발할 것"이라며 "사회적 긴장과 개인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정신적 피로가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위기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정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가 작용하지만 과도한 정보 탐색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 있다"라며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과도한 소셜 미디어 활동을 자제하는 등 ‘심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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