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 논란 이어
금감원 "인사 투명·공정성 저해 우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에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회사 경영 및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농협금융에 경영유의 1건, 개선사항 2건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에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회사 경영 및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농협금융에 경영유의 1건, 개선사항 2건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최근 농협금융은 인사 문제와 관련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국정감사에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측근 인사'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인사 운영 방식을 지적하며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어 자회사 경영 승계 향방이 관심이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에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회사 경영 및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10월 7일 자로 농협금융에 경영유의 1건, 개선사항 2건을 통보했다.

그간 농협중앙회는 경영 목표 등을 설정하는 지주-자회사 간 협의에 비공식 채널인 유선·대면 요청 등의 방법으로 참여해 왔다. 금감원은 지주 및 자회사 경영에 대한 중앙회의 영향력 행사 내역이 공식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 2022년 중앙회의 요청을 반영해 보험 계열사의 농업 지원 사업비 산출 기준을 바꾸고 경영 목표·평가 기준을 조정한 바 있지만 중앙회의 요청 내역과 검토 결과도 문서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에 자회사 경영 관리와 관련해 경영 목표 및 평가 기준을 자체 설정하도록 주문했다. 또 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중앙회 등의 실무자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체를 마련하고 논의한 사항은 문서화해 관리하라고 지적했다.

인사 운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은 개선 사항으로 인사조정위원회 관련 기록·관리 절차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농협중앙회 인사조정위원회에서 지주가 집행 간부 등 후보 결정에 관여함에도 지주는 해당 위원회 회의자료, 논의 내용 및 결과 등을 기록·관리하지 않는다. 이에 농협중앙회의 지주에 대한 인사 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투명성·공정성 등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지적이다.

별개로 농협금융 인사 관련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강 회장의 '측근 챙기기'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농협이)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라는 보도가 나온다"며 "농협의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꼭 캠프 출신이라기보다 선거 기간 저와 마음을 나눈 분들"이라며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실에 따르면 강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 49명 중 내부 승진자는 전혀 없고 농협 퇴직자가 다시 주요 요직으로 복귀하는 등 모두 외부 인사로 충원됐다.

앞서 NH투자증권 대표 후보로 중앙회 유찬형 전 부회장이 추천된 것을 두고 강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이 알력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 회장은 중앙회 의견을 개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3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이번 금감원 지적 사항이 승계 절차에 반영될지도 관심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고 이번 조처도 권고 수준이기에 유의미한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감독 규정에 따라 경영 유의 사항의 경우 6개월, 개선 사항은 3개월 이내에 금감원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며 "개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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