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민간기업 무료 지원 한정적
복지 용구 품목, 업체서 취급 안 해
실효성 부족···다른 사업 주력해야

치매 노인의 실종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복지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기대와는 달리 저조하다. 업계에선 사업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치매 노인의 실종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복지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기대와는 달리 저조하다. 업계에선 사업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치매 노인의 실종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복지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기대와는 달리 저조하다. 업계에선 사업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종의 위치추적기인 배회감지기는 실종 치매 노인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매 환자 실종신고는 2023년 1만4677건으로, 해마다 늘어 2019년 1만2131건보다 21% 증가했다.

실종 치매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위치추적기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배회감지기 이용자는 4293명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상 치매 환자(14만9605명)의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보급된 '행복GPS' 모델 /SK하이닉스
지난해부터 보급된 '행복GPS' 모델 /SK하이닉스

배회감지기는 민간기업 지원 사업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행복 GPS'는 보건복지부와 SK하이닉스가 협력해 치매 환자와 발달장애인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제공하는 배회감지기다. 손목시계형 단말기는 GPS 기능을 통해 보호자가 대상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 용구 급여 중 대여 품목 목록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 용구 급여 중 대여 품목 목록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지원받는 복지 용구 배회감지기는 대여 품목이다. GPS와 이동통신을 통해 실외의 수급자 위치를 보호자 단말기로 전송하거나 매트 형식으로 실내에서 수급자 외출 여부를 알려준다.

각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 ‘행복 GPS’는 무료 지원 사업이다 보니 수량이 한정적인 점, 막상 지원해도 어르신들이 배회감지기를 달고 다니기 불편해하거나 복잡한 기능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반납한다는 점이다. 노인에게 직접 기기를 지원하는 치매안심센터 등에선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노인건강과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행복 GPS는 SK하이닉스에서 지원하는 기부금으로 지자체, 안심 센터 등을 통해 기기를 배부하고 있다. 민간 재원으로 지원되다 보니 수량이 많지는 않다. 발달장애인에게 배부되는 기기, 치매 노인에게 배부되는 기기 등 수량이 정해져 있다. 올해는 2360대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치매안심센터에선 행복 GPS를 소량 보급 받고 자치구 예산에 따라 센터 자체적으로 추가 구입하는 식이다. 다만 통신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보니 지원자 전부를 보급하지 못한다.

수도권 A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배회감지기는 앱을 쓸 수 있는 보호자가 있어야 하고 위치 추적 외 다양한 기능이 있어 충전을 자주 시켜줘야 하는 장벽이 있다”며 “보호자 중엔 배우자가 많다. 배우자분들도 노인이고 스마트폰에 카카오톡도 안 까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앱은 곧 스마트폰 교육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다가 금방 반납하기 마련이다. 설명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두 번째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 용구 대여 품목으로 보급되는 배회감지기의 보급률 저조 이유는 복지 용구 업체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기를 잃어버리면 업체 측 손해로 이어지고 복지 용구로 배회감지기를 대여하는 신청자도 많지 않다는 것.

복지 용구 업체 관계자는 “요즘 스마트폰으로도 위치 추적할 수 있으므로 굳이 배회감지기를 쓰지 않는 이유도 있다”며 “게다가 기기 분실, 고장 등 모두 업체 책임이다. 수급자들이 돈을 내지 않고 ‘나 몰라라’ 식이면 업체로선 (받아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취급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배회감지기는 대부분 치매 어르신이 사용한다. 통신사 연결, 휴대전화 앱 설치, 어르신 대상 교육 등 업체 입장에선 일이 많다. 실익이 크지 않은데도 통신사 관리, 분실 관리 등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 관계자는 이용률이 저조한 것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SK하이닉스에서 무료로 보급되는 사업과 정보 연계·협력을 통해 배회감지기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지역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무료 보급 사업은 수량에 한계가 있으니 그 사업에서 지원받지 못한 노인 분들에겐 '장기요양제도에서 복지 용구 품목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이용해 보라'고 알려드리는 등 협업해서 홍보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용률이 저조하더라도 0에 수렴할 정도가 아닌 이상 사업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또 그럼에도 수요가 있다. 외부에서도 치매 노인 대상으로 보급을 활성화해야 하지 않냐는 필요성을 많이 주장하고 있다. 없앨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 전문가는 실종 치매 노인을 위한 사업으로 배회감지기가 아닌 다른 사업에 주력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A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일본의 경우 위치 추적기 보급에 열을 내진 않는다. 치매 노인이 실종됐을 때 지역사회에서 그 누가 발견하더라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마을 운동, 사회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배회 감지기 이용률을 높이려면 일부 지방에서 보급하고 있는 스마트 태그가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GPS 배회감지기는 배터리 소진이 빠르다. 반면 스마트 태그는 신발, 가방, 옷 등 소지품에 부착하는 식으로 GPS 기반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끊겨도 주변 다른 장치로 소재 파악이 가능하다. 건전지를 교체하면 영구 사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여성경제신문에서는 제3회 해미백일장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애환과 보람과 감동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환자를 돌보며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해미백일장에 요양보호사님의 많은 응모 바랍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면 응모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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