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입법 통한 정시 인원 조정 고려 중이나
내부 권력 투쟁 골몰하는 의협 vs 대전협

2025년 의과대학 정시 모집을 위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보름 정도 앞두고 의료계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의대 증원 취소를 포함한 과거 7대 요구 사항을 고수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비공개 회담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체제는 1년 만에 붕괴 위기를 맞았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만나 의료대란 해법에 관해 1시간 30분 동안 논의했다. 이 대표가 전공의들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박 위원장이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고수했다. 결국 집단 이탈 전공의 복귀의 단초가 될 수 있는 2025년 정시 모집 취소 방안조차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발언에서도 절망감이 묻어나왔다. 이 대표는 "응급실 뺑뺑이에 이어서 중환자실 뺑뺑이가 시작되고 곧 얼마 안 돼서 의료 시스템의 전면적 붕괴가 예상된다"며 "심각한 상황에서 어떤 의제는 말할 수 없다. 내년 정원은 이미 끝났다. 그 얘기 하려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법률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정시 모집 정원이라도 취소 또는 조정하는 '처분적 입법'(입법을 통한 즉각적인 행정 처분)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다시 말해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의 참여 없는 여·야·의·정협의체만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완고한 입장을 뒤집을 명분이 부족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두 사람의 협상 결렬을 "(민주당이) 발을 빼보려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여·야·의·정협의체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라며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빨리 시작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유일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는 '처분적 입법'을 통한 2025년도 정시 모집 취소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에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탄핵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246명 가운데 103명은 임 회장이 막말 등으로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신임안을 발의했고 탄핵안 가결을 위한 임시총회가 10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번 사건을 탄핵 위기에 몰린 임 회장 측과 그를 인정하지 않는 반대파가 벌이는 '의협 회장직 쟁탈전'으로 해석한다. 박단 위원장과 노선 투쟁을 함께 벌여온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전면에서 임 회장과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모든 의료 개혁안을 반대하며 여·야·의·정 협의체는 물론 정부 의료 인력 추계위에도 참여하지 않는 초강성 단체란 공통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