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드는 광역철도 사업
지역의료원·지하철 연장 등
예산 낭비 막지 못할 우려

국회 정문에 차량을 통제하는 정지 표지판과 국회 본청 /연합뉴스
국회 정문에 차량을 통제하는 정지 표지판과 국회 본청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이에 역대급 세수결손인 현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졸속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태호 국민의힘(경남 양산을) 의원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이달 초 대표발의했다. 예타 조사 면제와 신속한 사업절차,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 등 내용으로 해당 광역철도는 길이 50㎞ 구간에 3조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광주북구을) 의원은 공공의료원 건립 시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면제하는 내용의 ‘공공의료 예타 면제 2법’을 지난 7월 대표발의했다. 광주의료원 설립이 지난해 기획재정부 타당성재조사 평가에서 막히자 우회하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김주영 민주당(김포갑) 의원도 같은 달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에 예타를 면제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울산 남구을)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인 6월 초 국립중앙의료원 울산 분원 유치를 위해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가 합심해 발의했다. 민주당에서 문진석(천안갑)·임호선(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의원이 나섰다. 충남 서산과 경북 울진을 연결하는 6조3604억원짜리 사업이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국가재정법과 동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에 따라 기재부 장관 주관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한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 및 평가 제도다.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 정보화, 국가연구개발 신규사업 등이 예타 대상이다. 

이에 국회에선 예타 대상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다만 21대 국회에선 관철되지 않았는데 22대 국회 들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 500억원 이상인 사업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에 예타를 면제하는 특별법은 이미 통과된 상황이다. 21대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대구 달서을)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이 공동발의했다. 기재부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예타 면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강행됐다.

달빛철도 사업비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면 최소 11조3000억원이다. 단선·일반 철도로 해도 6조원이 든다. 균형발전 명분으로 2006년부터 경제성 평가를 받았지만 때마다 낙제점을 받았다. 전임 정부 때인 2021년에는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의 B/C(비용 대비 편익)수치가 0.483으로, 기준값(1.0)의 절반이었다.

국회의원의 선심성 법안 남발에 기존 예타 제도가 가진 대규모 국책사업의 정책적·경제적 정당성을 평가하는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여야 가릴 것 없이 표만 생각하고 재정건전성은 안중에 없다"며 "국가재정법 제10호에 의해 국무회의를 거쳐 지금도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데도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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