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못 시켜도 수수료 받아
수수료 기준 없어 천차만별
최소한 가이드라인 필요해

기업공개(IPO) 절차가 중도 무산돼도 주관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주관사가 중간 수익을 보장받으면 상장 완수를 위한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고 IPO 추진 중소기업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 주관을 맡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8월부터 신규 계약서에 ‘중간 수수료’ 항목을 추가했다. 중간 수수료란 상장이 중간에 무산되거나 주관 증권사가 바뀌어도 받을 수 있는 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사태’로 IPO 주관사에 대한 신뢰 문제가 커지자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업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서 수수료 구조가 대폭 수정됐다. 그동안은 IPO를 성공한 후에만 주관사가 공모 금액의 1~3%를 보수로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상장이 무산돼도 중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주관사들이 수수료를 받기 위해 상장 적격성이 낮은 회사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일단 주관사가 선취 수수료를 받으면 신중하게 IPO에 나설 수밖에 없고 상장 완수를 위한 현실적인 기업가치 책정이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개선안 도입 후 수수료를 실제 계약서에 바로 도입하기 어려웠던 건 선례가 없고 수수료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며“반드시 상장을 시켜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부담이었는데 중간 수수료를 통해 업무의 일정 단계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고 기업가치도 현실적으로 매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업가치 ‘뻥튀기’를 막으려다 ‘먹튀’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꼬집는다. 수수료로 주관사 중간 수익이 보장되면 반드시 상장을 완수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일 때보다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벤처기업 등 중형사들은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이전에는 주관사와 발행사가 함께 완주하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분쟁 요인이 생긴 것”이라면서 “상장에 실패하면 발행사는 손해만 보게 되는데 업계 위축은 따라오지 않겠나. 현재로선 수수료 기준도 없고 금액 수준이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간 수수료 책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수료 책정에 있어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최소한 가이드라인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며“IPO를 담당하는 주관사 실무 직원들도 지침이나 양식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