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 서영석·백혜련 의원 지적
박민수 "건정심엔 소위 통과 안건 올라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해 9월 1일 강남명인한의원 및 자생한방병원을 차례로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해 9월 1일 강남명인한의원 및 자생한방병원을 차례로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생한방병원의 '청파전'이란 첩약(貼藥)이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받는 것이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한의학계의 요청이란 주장이지만 자기공명영상(MRI) 시설을 갖춘 한의원은 극히 드문데다 전국 4800여 곳 넘는 한의원에 관련 첩약을 판매 중인 자생한방병원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요추추간판탈출증이 추가되고 하르파고피툼근이 급여 항목에 편입되는 과정에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 이사장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요추추간판탈출증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것은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한방병원협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었다. 서 의원은 "한의협도 하르파고피툼근을 급여 대상으로 제안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그런데도 복지부는 급여 대상 품목에 넣어 건강보험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청파전이 자생한방병원만 처방하는 약이기에 건강보험 적용 혜택이 자생한방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날 국회에서 논란이 된 '청파전'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이사장이 개발했다는 한약으로 요추추간판탈출증 등 근골격계 질환에 처방하는 첩약이다. 청파전의 주 성분은 남아프리카가 주 원산지인 ‘하르파고피툼근’(Harpagophytum, 천수근)이다.

보건복지부가 청파전 원료인 하르파고피툼근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편입시킨 것을 두고 신 이사장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국내에서 이를 제조하는 곳이 자생한방병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 지침에도 청파전은 기준 처방 목록에 없지만 자생한방병원은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을 청구해 지급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자생한방병원이 유착 관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영석 의원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자생한방병원이 유착 관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영석 의원실

복지위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내외가 대통령실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의 처가 병원을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이채양명주'라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에 자(자생한방병원)를 붙여 '이채양명주자'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날을 세웠다. 야권에서 윤석열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지칭할 때 쓰는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디올 명품백 뇌물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2021년 8월 윤석열 캠프 법률팀에 합류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하다 인사비서관으로 발탁된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은 4·10 총선 낙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다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 내외가 2022년 6월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했을 때 민간인 신분으로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신지연 씨는 이 비서관의 부인이자 신 이사장의 차녀다.

백혜련 의원도 "우리나라도 아니고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약초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한약재 원료는 기본적으로 동의보감을 기준으로 하지 않느냐"며 "임상시험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적용한 과정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대통령 내외까지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 아니냐"며 "건정심이 (급여 적용) 질환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특정 병원이나 특정인 요청에 의해 결정될 수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박민수 제2차관도 "건정심에는 자문위원회나 소위원회에서 검토를 끝낸 안건이 올라온다. 청파전을 급여해준 게 아니고 요추추간판탈출증 첩약을 급여해준 것"이라며 "그 첩약에 들어가는 약제로 (하르파고피툼근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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