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기획재정위원회 참석
상반기 정부 대출 '역대급' 규모 염려에
"차입금 평잔 재정증권 상회 않게 주시"
금리 인하 압박? "소통하되 결정 독립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올해 상반기에만 91조원이 넘는 '일시 대출'을 받은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해당 대출 제도의 재정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 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정부와 여당이 기준금리 인하에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되 결정은 독립적으로 내리겠다고 명시했다.

9일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위원, 이인선 국민의힘 위원 등은 이 총재에게 정부의 '마통' 사용과 관련해 질문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6월 정부가 한은에서 차입한 '대정부 일시 대출' 누적액은 91조6000억원으로 2011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 총액은 1291억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 없이 감세 정책을 남발하면서 재정 정책이 지금 흔들린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역시 "정부의 재정 운용에 문제가 있어 한은 일시 대출 제도를 마치 상설적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기조적이지만 않으면 한은을 통하는 것이 재정비용을 줄이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일시 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균 잔액을 상회하지 않도록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대정부 일시 대출은 정부가 유동성을 확보할 때 중요한 제도다. 이 총재는 "정부가 세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유동성을 확보하는 제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1일 기준금리 결정이 예고된 만큼 이날 위원회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이 총재에 "정부와 여당이 앞다퉈서 기준금리의 조기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과 간섭으로부터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 자율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16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부분이 있다"고 밝혔으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SNS에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 총재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듣되 의사결정은 금융통화위원들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한 야당 의원은 금통위원의 재산 평균이 높은 수준이라 국민 다수의 이익을 위해 통화정책을 결정할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통위원의 재산 평균은 54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부정이나 불법으로 재산을 많이 축적한 게 아니라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산이 많다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업무보고 전 인사말을 통해 물가 상승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물가는 통화 정책 긴축 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근원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