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변화, 시장 활성화 도움"
팬덤 경제 악용 지나친 상술은 부정적

# 한 아이돌 그룹의 팬 A 씨는 최근 새롭게 나온 앨범을 수십 장 구매했다. 인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인 '초동' 판매량을 늘리고 팬 사인회 추첨권과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가 특히 예쁘게 나와 평소보다 더 많이 구매했다. 사용하지 않을 수십 장의 앨범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되긴 하지만 A 씨는 앨범이 나올 때마다 여러 장 구매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팬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마케팅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팬덤 문화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팬덤 문화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평론가들은 팬덤을 노린 상술이 지나칠 경우 대중들의 관심이 약해져 업계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팬덤' 문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성 고객이 팬덤을 형성해 능동적인 소비에 나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팬덤 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팬덤은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하위문화를 의미한다. 단순히 연예인을 넘어서서 음악, 특정한 장르, 캐릭터, 심지어 정치인한테도 팬덤이 존재한다.
이에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경향에 맞춰 '패노크라시'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패노크라시(Fan-ocracy)'란 팬(Fan)과 통치(Ocracy)의 합성어로 '팬이 통치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김성수 대중 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사회도 소비 대중 사회가 됐다.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시장에서 '팬덤'은 단일한 제품을 폭발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의 경우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것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대중적 소비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소비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팬덤 문화의 발달로 시장의 주도권은 소비자가 가지게 됐다.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상품의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현재의 팬덤은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가 존중하거나 소비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드는 데까지 왔다"고 평했다.
하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팬덤의 구매력만을 노리고 지나친 상술을 부려 비판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K-POP 업계의 앨범 판매량 증가를 위한 상술을 들 수 있다. K-POP 업계의 상술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럭키드로우'를 비롯한 업계의 상술을 비판하면서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럭키드로우는 내용물을 알지 못한 채 고르는 선물 꾸러미 또는 제비뽑기를 뜻한다.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앨범 내부에 멤버들의 포토 카드를 무작위로 넣고 앨범 구매 시 한 장당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진이 담긴 포토 카드를 하나 더 제공한다. 팬 사인회는 1인당 적게는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 이상을 구매해야 당첨될 수 있다.
팬들은 랜덤 포토 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를 위해 마지못해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고 상품을 얻은 후 박스째 해당 앨범을 버리곤 한다. 이는 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도한 상술로 팬심을 이용해 앨범 판매량을 늘리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팬들도 앨범을 과잉 구매하고 이를 다시 쓰레기로 버리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POP 업계뿐만 아니라 웹소설‧웹툰 등 팬덤이 큰 창작물의 굿즈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성의 없는 구성 등으로 논란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출판계에서도 팬덤의 중요성을 인식해 인기 영화·드라마의 대본집을 판매해 팬들을 유입시키고 있다. 영리한 전략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 평론가는 "특정 팬덤만을 노리는 방향은 업계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는 대중도 노릴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팬덤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서도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개성을 추구한다고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아직은 획일적인 면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