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저성장·디지털·탄소 중립 당면해
중산층 감소·포지티브 규제···보험 '사면초가'
신사업·유지율·자산 운용력·효율성 강화 필요
제50회 산학세미나···60명 발표·160명 토론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규제를 유연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경제 저성장을 비롯한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경쟁 심화와 기후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7일 오후 3시 보험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제50회 산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와 금융산업의 미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맡아 화두를 던졌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들은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 금융산업에 구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의 변화로는 △저성장의 고착화 △저출생 및 인구 고령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금융업 적용 확대 △탄소중립 강화, ESG 공시 의무화 등이 있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은행과 보험 업권은 필연적으로 수요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리해서 수익을 내려는 부실기업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인공지능 등이 금융업에 진출한 점도 금융업의 환경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미 금융업권 간 경계가 무너져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발전은 경쟁을 심화하기도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업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레가 늘어나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유발할 수 있는 리스크의 철저한 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사는 "사내 AI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관련 교육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금융업은 거의 내수 산업"이라며 "금융산업의 개방 확대와 이에 따른 외국 금융기관들과의 경쟁 강화는 향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되는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금융 환경의 큰 변화 중 하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금융회사는 기후 리스크를 반영한 내부 조직과 지배 구조 체계 재구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제가 끝난 뒤에는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민세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중산층의 감소가 국내 보험산업의 큰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소득불평등 지수는 개선됐지만 중산층의 소득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금융이 필요해진 시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 교수는 국내 금융의 '포지티브 규제'가 금융 혁신을 저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앞서서 관리 감독하려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혁신을 어렵게 한다"며 "프레임의 변화가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보험 업계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앞서 겪었던 일본 보험 업계의 사례를 참고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은경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토론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저성장, 저출생과 같은 문제에 당면했지만 일본의 보험 업계는 전체 금융업 중에서 가장 견조하고 우수한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다"며 "특히 생명보험 업계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생명보험업은 손해보험업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파트너는 일본 보험 업계의 쇄신 노력을 △새로운 인구 구조 하 신수요 시장에 맞는 상품과 채널 개발과 유지율 강화 △자산운용 전문성 강화 및 투자 스프레드 증대 △고정비 절감으로 효율성 개선 세 가지로 분석했다.
고 파트너는 "보험사의 사업 환경이 과거처럼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환경을 무력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과 보험 선진국 사례를 참고한다면 돌파구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병윤 선임연구위원, 고은경 파트너, 민세진 교수 외에도 최성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토론 사회는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가 맡았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이날까지 50회의 산학세미나를 진행했다. 학계, 산업계, 보험연구원 소속 인사 60여명의 발표자와 160여명의 토론자가 국내 보험 업계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보험연구원 산학보험연구센터는 "앞으로도 학계와 업계 간의 교류를 확대해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보험산업 및 보험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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