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리스크에 보통주 자본 비율 감소
전문가 "주주환원에 큰 타격 없을지도"
당국, 손실 반영 기간 10년→3년 논의

은행권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을 진행하면서 향후 수년 간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ELS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는 주주환원 여력을 측정하는 보통주 자본(CET1) 비율을 떨어트리고 떨어진 CET1은 배당을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는 홍콩 ELS 사태로 CET1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건전성 지표로 각 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준다.
위험가중자산은 신용·시장 리스크에 운영 리스크를 합산한 것으로 은행이 ELS 사태로 물게 되는 배상금은 지표의 분모를 키워 CET1 비율을 작게 한다.
문제는 CET1 비율이 주주환원 여력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금융지주는 대개 CET1 비율이 13%를 초과할 때 주주환원을 확대하곤 한다.
CET1 비율이 줄어들면 주주 배당이 이뤄지지 않을 위험이 있고 이 경우 외국이 주주들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
향후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면 이 역시 CET1 비율을 떨어트리게 된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넘게 줄어든 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ELS 배상금이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ET1 비율의 하락폭이 예상보다 적어 배당에 지장이 갈 정도의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소폭 하락한 12.8%로 집계됐다. 홍콩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금융지주는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떨어졌지만 13.4%를 기록하며 권고치인 13%를 웃돌았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13.09%를 기록하며 권고치를 넘겼다.
KB금융지주 다음으로 판매 액수가 컸던 NH농협지주는 CET1 비율 12.63%를 기록하며 권고치를 넘어서지는 못 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0.27%포인트만 줄어들어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12.89%, 11.95%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연구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예상보다 올해 1분기 보통주 자본 비율이 적게 떨어졌다"면서 "주주환원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콩 ELS 배상으로 금융지주의 배당 정책이 악화할 우려에 금감원은 재량권을 발휘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편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손실 요소를 운영 리스크에 반영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년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ELS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없다고 은행이 입증할 경우에 한해서 시행된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 이복현 금감원장 주재로 열리는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러한 감독 방침을 구체화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