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우울증 발생 위험 2배 높아
이동 제약‧활동 감소 영향

# 면허 반납했더니 하루하루가 공허해요. 드라이브를 즐겼었는데 발이 묶인 기분이에요. 점점 자괴감이 드네요.
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들이 일상에서 더 쉽게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일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은 활동 감소로 인한 공허함, 이동 시 제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우울증 발생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체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절반인 498만명이 운전면허 소지자일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이후 최근 10년간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10.2%다.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은 계속 늘어 2030년 725만명, 2040년엔 1316만명에 달할 예정이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은 소지자 수에 비해 부족하지만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경찰청 고령 운전자 자진 반납 현황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간 전국 65세 이상 자진 반납 건수는 각각 △8만3997건 △11만2942건 △11만2896건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3월 보도한 '[더 우먼] "40년 운전하다 보니 지구 55바퀴를 돌았네요"' 기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한열희 씨(여‧81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경기도 외곽에 살 땐 마트 한 번 가려면 버스 타는 데까지 2~30분 걸어서 배차간격 한 시간이 넘는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운전하지 않으면 생필품 구하기도 어려웠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택시 부르는 것도 앱으로 해야 하니 쉽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전을 안 하면 집에 발이 묶인 거나 다름없다. 운전 때문에 병원 갈 때 등 필요한 순간에 타인 도움 없이 스스로 다닐 수 있었다"며 "나이 들어도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요인이 운전이다"라고 말했다.

운전이 삶의 질 제고에 필수 요인이었던 고령자들은 면허 반납 후 생활의 불편함‧심리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립감으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미국노인의학회지에 실린 미국 컬럼비아대학 메디컬 센터 연구팀의 '고령자의 운전 중단과 건강 결과(Driving Cessation and Health Outcomes in Older Adults)'에 따르면 운전하다가 그만둔 노인들은 우울증 발생 위험이 2배 높았다.
연구팀은 "기존 5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을 그만 둔 노인은 우울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울증 외에도 정신과 신체 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계속 운전하거나 다시 운전을 시작한 또래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 운전을 중단한 노인들은 향후 3~5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구팀은 "건강 문제가 생겨 운전을 포기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정신이나 신체 건강이 악화해 운전을 중단하게 되고, 운전을 중단하면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리 구어와 박사는 "노인들이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충족돼야 하는 데 이런 기준 때문에 운전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게 돼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고 신체 건강도 급속하게 악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을 그만둔 노인들이 더 활기차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인 경우도 있다.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이라면 운전을 통해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등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면허를 반납하고 나면 생활의 불편함과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공허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이 아니면 이동에 제약이 생기는 지역은 지자체에서 100원만 내면 탈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 사업 '100원 택시'와 같은 사업을 지속성 있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혹은 일본처럼 이동을 최소화하는 고령층 대상 택배비 무료 제도, 이동형 마트 등 다양한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