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준의 낭만밖엔 난 몰라]
새벽 산책길 떨어지는 벚꽃이 전해준
순리와 윤회에 관한 시어들 몇 구절···

고요한 4월의 새벽 산책길입니다.
시간이 바람에 날려 가는 것인지, 바람이 시간을 따라 가는지··· 훌쩍 떨어지는 벚꽃이 시절의 바람을 데리고 가는 걸 느끼며 걸어간 새벽 산책길에 몇 구절의 언어가 화들짝 내 선잠을 깨우며 찾아왔지요.
겨울을 뚫고 핀 봄의 전령 벚꽃이 며칠간 머물다 휘리릭~ 낙화하는 짧디짧은 그 순간 '아···!' 하며 순간 설렘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발딱 일으킵니다. 서늘한 간밤 비바람이 불러냈는지 휘리릭~ 행여나 정들까 무서워 에둘러 떨어져 나간 꽃잎들을 바라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 내가 없을 백년 후의 봄에도, 마침내 돌아올 순리와 윤회의 시어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벚꽃 하나는 낙화의 허무를 바라본 산책자의 시선으로,
벚꽃 둘은 스스로 낙화하는 슬픔의 벚꽃의 시선으로,
벚꽃 셋은 이별과 만남을 바라본 시선으로
몇 개의 구절이 되어 나를 찾아왔습니다.

벚꽃의 진리
벚꽃 지다 하나
벚꽃은 내게 단 한 번도
떠난다 말없이 훌쩍 가버렸지
아무런 관계 없이 허무만 남긴 너
벚꽃 지다 둘
빛나던 봄날에 나는 떨어진 꽃잎
사랑한다 말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떠났네
아무런 미안하다 인사 없이 흩날리는 나
벚꽃 지다 셋
찬란한 봄날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정들기 전에 먼저 에둘러
꾸욱 참고 떨어진 꽃잎
홀로 남아 집으로 돌아가는 지상의 발걸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아올 이별을 영원히 만나야 할
우리는 벚꽃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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