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준의 낭만밖엔 난 몰라]
겨울 눈꽃을 그리며 - 안분지족의 멋들어진 시 한 줄 쓰다

계절에 상관없이 바람은 보이지 않으니까 참 좋다.
자작나무에 핀 눈꽃이 살 에는 바람에 휘날릴 때
바람은 꽃잎 날린 풍경을 막아서지 않으니 더 좋다 말이지
바람은 고귀한 것들에 날개 하나 달아 놓고 슬쩍 빠져 주니까 말이지
사랑에 관계없이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좋다.
원대리 가는 길 찬바람 휘리릭 소리에 덩달아 나도 울 때
'언 손 호호 불어 미래의 연 하나 띄우거라' 호령하는 군주가 되어 좋다 말이지
마음은 정월 대보름 연줄에 걸어 놓고 허공마저 담아 주니까 말이지

여름이 짙을수록 한겨울 눈 속에 붉은 동백꽃이 그립다.
서귀포 바닷길 동백꽃 위로 눈서리가 하얀 나비처럼 내려앉을 때
오름에 올라 섶섬 내려다보며 폭풍의 언덕 '히스클리프'를 외쳤단 말이지
당신이 화답해 주었다면 또 어땠을까 보이지 않는 내 마음도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날의 더위와 인플레가 걱정된다면
내일도 모레도 자작나무 무성한 바람의 언덕으로 걸어가 보라
보이지 않던 회상의 기억들을 찬 바람이 불러줄 터인즉
비로소 보이지 않던 모든 것이 당신의 지갑을 가득 채울 테니까 말이지
보이지 않는 바람이 없다면 지갑 속 그리움이란 없을 테니까 말이지
아아~ 이 얼마나 위대한 우주의 순환인가?
푹푹 찌는 여름의 천둥 소나기는 자작나무숲 눈꽃의 전조이며
비발디의 바이올린 소리는 겨울을 준비하는 서곡임을 말이지
거실에 앉아 시립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 펼친 그 위에
자작나무와 동백의 눈꽃을 그리다 보면 틀림없이 겨울은
내가 꿈꾸는 사계의 겨울을 다시 볼 거라 믿는다 말이지
난 오늘의 여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어 꼿꼿이 시를 쓴다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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