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시장 규모 1000억 달러
'일라이 릴리' 테슬라 시총 넘기도

전 세계 비만 인구가 약 10억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제약사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전 세계 비만 인구가 약 10억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제약사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심혈관 질환자 5억명, 2022년 신규 암 환자 수 2000명을 훌쩍 뛰어넘는 질병 비만 환자는 전 세계에 약 10억명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제약사 입장에서 비만 치료제 개발은 필수 항목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2030년 이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의 시선이 비만 치료제로 향하고 있다. 비만약으로 인기몰이 중인 '젭바운드' 개발사 일라이 릴리는 2월 시가총액 7173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5563억 달러를 기록한 테슬라 시총을 뛰어넘었다.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최근 공개한 '미국 비만 유병률 및 동반 질환 지도'에 따르면 2009~2021년 미국 성인 중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은 전체의 42%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인구 3억3190만명(2021년 기준) 중 1억명 이상은 비만이라는 뜻이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12년 32.8%였던 19세 이상 성인 비만 유병률은 2021년 37.2%까지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비만율은 2021년 44.8%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선 미용을 위한 체중 감량 목적을 가진 수요도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의 시장 선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 인구 증가세도 관련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미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비만이 심각하지 않아도 비만 치료제를 구입하는 수요층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선두, 국내 비만 치료제 개발 현황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약사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고 첫 환자를 등록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인슐린 분비 촉진 호르몬) 계열 치료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서양인을 타깃으로 개발한 외국산 GLP-1 계열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했다"며 "2027년 국내 시장 출시가 목표"라고 말했다.

에피글레나타이드의 뒤를 이어 한미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HM15275'의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도 이달 1일 신청했다.

한미약품은 HM15275의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하고 지난 2월 29일 한국 식약처에 IND(임상시험계획)를 제출한 바 있다.

HM15275는 현재 임상 3상 개발이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이어나갈 차세대 비만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체중 감량 효과를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비만 치료제 개발 현황 /각 제약사
국내 제약사 비만 치료제 개발 현황 /각 제약사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 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지난달 6일 승인받았다. DW-1022는 주성분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 니들 형태의 패치제로 기존의 주사제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바꾼 제품이다.

DW-1022는 자가 주사의 번거로움과 주사 통증을 없애 복약 편의성을 개선했으며 마이크로 니들의 첨단 부분에 약물을 집중시켜 값비싼 원료 의약품의 낭비를 최소화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DW-1022는 1㎜ 이하의 미세 바늘을 활용함으로써 체내 전달률이 높아 주사제와 경구약 외에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계획서에 따라 차질 없이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뇌의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성장분화인자15(GDF15)를  표적화해 11.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YH34160’을 지난 2021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성장분화인자 계열은 일라이 릴리 사도 개발하다 중단한 이력이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ST의 비만치료제 DA-1726은 지난 2월 미국 FDA로부터 글로벌 임상 1상을 승인받았고 올해 2분기 내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비만치료제를 통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첫 기술수출의 주인공이 됐다. 먹는 유전성 희귀비만증 치료제 개발권을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에 약 400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1981년부터 신약 연구를 시작한 LG화학이 4000억원 규모가 넘는 기술수출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신약 후보물질 ‘LB54640’의 글로벌 개발·판매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3억500만 달러(약 4014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9월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에 대한 IND를 식약처로부터 승인받고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일동제약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ID110521156에 대한 내약성, 안전성, 약동학적 특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용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카카오벤처스는 최근 비만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 두 곳인 가지랩과 비비드헬스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 비만약이나 웰니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벤처스는 이 두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 360에서 ‘매일의 건강을 책임지는 KV웰니스 패밀리’라는 주제로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 심사역은 “실제 체중 감량을 위해 약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사라지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약을 써서 살을 뺀 것을 숨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틱톡과 같은 SNS에서도 약을 쓴 사실을 당당히 공개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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